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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40) 순정의 시인 최진성, 전문문단 활성화에도 큰 기여

최진성 시인과 그의 시집들
최진성 시인과 그의 시집들

시인은 전북 장수군 장수면 원개정마을에서 부 최삼홍(崔)과 모 박판례(朴判禮)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 마을에서 성장한 시인은 수분재를 넘어 남원으로 유학, 남원중학교와 남원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에서 공부하였고, 1952년에는 동대학원을 수료하였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제자로 고하 최승범, 구름제 박병순, 사봉 장순하 등과 1953년 <가람동호회> 을 조직하였으며, 시조 전문지의 효시가 된 시조(時調)(3집 이후 신조(新調)로 개칭)에 「단장」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일설에는 『신조』란 시조집에 「풍년」으로 데뷔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후 「豊年 해바라기 」, 「冬寒」, 「연푸른 설화(說話)」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시인의 작품에는 자연에 묻힌 시적 화자의 소박한 삶이 잘 나타나 있으며, 많은 작품이 자연 예찬으로 승화되었고, 고전적 시조형식을 현대 자유시 형식으로 표현하여 순정과 낭만을 진솔하게 묘사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초현실적인 영원주의를 추구하면서 인생의 참모습을 부단히 탐구한 순정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제11 시집 『무창포』(1999)에서 시인은 ”시를 궁극적으로 추구한 바는 상상(想像)의 정도요, 진정한 창조로 보겠으며, 인생의 끊임없는 선택에서 오는 가장 아름답고 견인한 정서와 사상의 율어에 의하여 표현하고 감흥을 부여하는데, 큰 목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시인은 독자를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겠으나, 시와 더불어 오래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에 이른다고 하였다. 또한, 시는 진실한 체험이라고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취사 선택한 진실을 고도의 수법으로 표현하여 독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내 가슴속에는

강물이 흐릅니다.

 

가슴속에 흐르는 강물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강을 따라 정을 찾아 남도 500리길

......

미리 알고 멀리멀리 떠나갔나 봅니다.

 

한 번 만져보다가 그리운 마음 어찌할 수 없어

엽서만 남긴 채, 텅 비인 가슴을 달래며

당신이 처음 넘던 운령(雲嶺)을 이젠 나 홀로 넘어갑니다.

지금쯤 구름에 싸여 떠나가고 있을까.

아니면, 은하수 하얀 물결에 꿈을 띄우고

환상이 아련히 떠오르기만 합니다.

 

눈감은 채

추억도 사랑도

모두 천국에 던져 봅니다.

-최진성 시인의 시 「엽서만 남긴 채」 (전문)

 

시인의 문학은 시조에서 출발하였지만, 뒤에는 많은 시를 쓰면서 자연과 인생을 생각하였고,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작은 감흥을 주려고 하였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인은 주로 운문만 창작했지만, 그 이후에는 산과 관련된 수필을 많이 썼다. 1990년의 『마이산 길』(1996)에 이어 1998년의 『지리산(智異山)』 등이 있는데, 특히 수필집 『지리산(智異山)』에는 40여 년 산과 함께한 시인의 여정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이 책에는 1977년의 <지리산 종주> 체험을 비롯하여 내장산, 대둔산, 월출산, 속리산, 북한산, 설악산, 가야산 등의 방대한 산행기가 수록되어 있다.

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김동수 시인은 전북일보 문학칼럼(2013-02-03)의 <최진성편-초현실적 영원 추구하던 순정의 시인> 이라는 글에서 그의 문학을 이렇게 회고하였다.

“순수한 자연 관조 정신을 바탕으로 무위(無爲)의 노장사상과 불교의 연기에 인생의 본질을 교직하였으며, 초현실적인 영원주의를 추구하면서 인생의 참모습을 탐구한 순정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동주는 시인을 “옛 선비의 멋과 맛을 아는 시인‘으로 평가하였다. 시인은 평생 교직과 문학에 전념하면서 학생들과 후배 문인들을 이끌었고, 틈이 나면 바둑과 술을 즐겼고, 특히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여 한순간도 동양적 선비풍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최진성 시인
최진성 시인

또한 시인에게서 주목해야 할 점은 활발한 문학작품 활동 못지않게 전북문단 활성에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이다. 1969년 7월에 창간된 『전북문학(全北文學)』이 전북문인협회의 기관지 역할을 해왔으나, 1985년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전북문인협회 정기총회에서 『전북문학(全北文學)』을 동인지로 선언함에 따라 전북문인협회는 기관지를 잃어버린 일이 일어났다. (전북문단 이런저런 이야기, 16쪽)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전북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던 최진성 회장은 1987년 문단을 통합하고 대표할 수 있는 기관지 『전북문단(全北文壇)』 창간호를 발행함으로써 2020년 제92호로 이어지는 『전북문단(全北文壇)』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최 회장은 창간사에서 ’전북 문단이 크나큰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화합의 광장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 밖에도 시인은 1983년에는 <전라시조문학회> 를 창설하여 현대시조 발전에 이바지하였으며, 또한, <두리문학> , <진안문학> 을 창간, 초대회장을 맡는 등 문단발전과 지역문학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시인은 전북문화상을 비롯하여 노산문학상, 풍남문학상, 목정문학상, 문예사조문학상, 두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 『호접부(胡蝶賦)』를 비롯하여 열두 권, 『지리산』을 비롯한 다섯 권의 수필집, 서한집 『은하수 건너서』와 기행문 『이웃 나라』를 남겼다.

평생 문학과 문단발전에 일생을 바쳐온 시인은 2002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약 1년여의 투병 끝에 전북 장수 선영하에 영면하였다.

/송일섭 전북문학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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