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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초등학교의 특별한 ‘100회 졸업식’

1919년 문 연 진안 주천초, 올해 졸업생 단 2명
1908년 독지가·지역민 “구국 인재양성” 설립 한뜻
진안지역 최초 근대식 학교, 주민들 “폐교될까” 걱정

진안 주천초 100회 졸업식
진안 주천초 100회 졸업식

“메와 들 아름다운 진안의 주천, 도덕봉 서린 정기 우리의 기상…”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진안 주천초등학교. 개교시기로 보면 진안지역에서 두 번째로 유서 깊은 학교다. 전신 격인 화동학교 역사까지 합친다면 가장 오래됐다. 진안초보다도 2년 더 역사가 길다.

지난 5일 주천초(교장 정미정) 강당에서는 2020학년도 졸업식이 열렸다. 1세기 넘게 ‘인재양성의 요람’이자 ‘희망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학교의 100회 졸업식이었지만 이날 행사는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왜소해 보였다.

졸업생이 단 2명에 불과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상협, 고선아. 이들 두 명의 학생이 이날의 주인공.

졸업식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정미정 교장과 교직원, 권희승 학교운영위원장, 임준연 학부모회장은 물론 지역사회 기관장 등 다수 인사가 참석해 깊은 관심을 표했다.

이날 두 명의 학생에게는 졸업장, 학교장상, 표창장, 장학금 등이 수여됐다.

‘졸업하는 학생이 겨우 2명.’ 이 같은 풍경은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70~90년대 사이, 주천초는 한때 각 학년의 학생 수가 100명 안팎에 달할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다. 졸업생 중엔 국가 사회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도 여러 명 나왔다. 면 단위 시골 학교치곤 굉장하다고 평가받는 주천초는 오랫동안 지역 주민의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학생수 감소 폭이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선 극에 달해 졸업생 2명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주천초는 3·1운동이 일어나고 나서 몇 달 후인 1919년 개교했다. 올해 102회 졸업식을 거행해야 했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어느 핸가 2번이나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탓에 올해서야 비로소 100회 졸업식을 갖게 됐다.

그런데 한 가지 요소를 더 고려한다면 주천초의 역사는 이보다 10년가량 더 길어질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정신적 등불처럼 여겨왔던 전신 격 ‘진안화동학교’의 숨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08년 설립됐던 화동학교의 역사까지 합친다면 주천초 역사는 관내 초등학교 가운데서 가장 앞선다.

한 기록에 따르면, 화동학교는 진안지역 최초의 근대식 학교다. 구한말 일제의 조선 강제침탈이 마무리돼 가던 1908년 개교했다. 국운이 위태롭던 시기에 한 명의 독지가가 아닌 뜻있는 지역민 다수가 머리를 맞대고 설립해 구국 인재양성의 통로로 삼고자 했다.

화동학교가 기부 받아 소유하고 있던 전답이 ‘4정보 5단보’ 가량의 넓은 면적이라는 데서 당시 지역민들의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화동학교에선 개화 사상가이던 김태현(교장), 그의 문하생 이병항, 한양에서 근무하다 일제가 조선군대를 해산하는 바람에 낙향한 장교 출신 육무철 등이 교편을 잡았다. 후원은 박우혁(월탄 박종화 숙부), 양봉래(서하의 제자) 등이 맡았다.

1919년 전국적으로 3·1운동이 일어나자 화동학교는 애국 집회 장소로 변했다. 뜻있는 지역민들과 학생들이 대거 교정에 모여 만세를 외쳤던 것이다. 그러자 일제는 즉시 화동학교를 강제 폐교 조치했다. 그런 다음, 그해 말 같은 자리에 주천보통학교를 개교시켰다. 이것이 오늘의 주천초등학교로 명맥을 이었다.

개교 이래 주천보통학교란 명칭을 계속 써오다가 1945년 주천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1996년부터 현재까지 주천초등학교란 교명을 사용하고 있다. 1998년에 구봉초, 1999년엔 대불초를 통폐합, 흡수시켰다.

주천초의 미래에 대해 정미정 교장은 “5년 후 주천초 모습이 어떨런지 상상이 안 간다”며 “예전엔 다문화 출신 자녀라도 많이 있어 학생 수가 그럭저럭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농촌 총각 자체가 없어 그런 방식의 학생수 유지도 쉽지 않다. 인구절벽에 부딪혀 입학생 수가 전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희승 운영위원장은 “주천초처럼 컸던 학교가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면 시골지역 대부분 학교의 형편이 그럴 것이다. 인구절벽에 부딪혀 주천초 같은 현상이 한꺼번에 전국 각지에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따져봐야 하고 그 해결책을 국가적, 사회적 과제로 상정해 근본적 해법을 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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