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 의원 원팀정신 흐지부지
도지사· 대통령 선거로 동상이몽
구심력 상실 전북현안 해결 뒷전
요즘 전북 정치권을 바라보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원팀 정신을 내세우며 시작한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채 열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주관한 전북도와의 당정협의회에 지역구 의원은 단 3명만 참석했다. 전북발전 전략 마련과 지역 현안, 내년 국가예산 확보 등을 놓고 김성주 도당위원장이 의욕적으로 마련한 자리였지만 동료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다. 상임위 일정 등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속내는 별로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주선한 자리에 의원들이 들러리 서고 싶지 않은 견제심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정협의회 진행에서도 불만이 엿보였다. 송하진 도지사는 “추상적인 논의만 하기에는 너무 바쁘다. 원론적인 논의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사전 준비 없이 진행된 토론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익산 갑 김수흥 의원은 당정협의회가 끝나자 정치권과 전북도를 싸잡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전북의 낙후와 실패는 정치권과 행정의 무책임에서 비롯됐다고 맹비난했다. 결국, 이날 당정협의회는 성과도 없이 원팀 정신의 균열만 확인한 셈이다.
전북정치권의 구심력 약화는 이미 지난해 총선 때부터 예견됐다. 중진 다선 의원이 줄줄이 낙마하고 초·재선으로 교체되면서 정치적 구심점과 응집력이 약화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팀 정신을 내걸고 결속력을 다졌지만 첫 시험대인 민주당 도당위원장 선출 때부터 금이 갔다. 대다수 합의추대방식을 원했지만 이상직·김성주 의원의 조율 실패와 이 의원의 중도 포기 등 우여곡절 끝에 경선이 치러졌다. 경선도 차기 도지사 선거구도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혔다. 경선 결과, 재선인 김성주 의원이 초선인 이원택 의원에게 어렵사리 신승을 거뒀고 이 과정에서 전북정치권은 내편 네편으로 갈라섰다. 그 여파는 전당대회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익산 을 한병도 의원의 낙마로 이어졌다. 하나로 뭉쳐서 전북의 정치력과 위상을 세워나가겠다는 다짐은 공염불이었다. 여기에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북정치권이 당내 유력 대선주자 진영으로 사분오열되면서 사실상 원팀 정신은 깨지고 말았다.
이렇듯 정치권이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지역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한 남원공공의대 설립은 부지 매입이 마무리되고 예산까지 세웠으나 야당의 반대와 의사단체에 발목이 잡혀 4년째 터덕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부산정치권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올해 안에 지정이 안 되면 사실상 공수표가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약속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감감무소식이고 현 군산공항 활주로만도 못하는 새만금국제공항은 국제공항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처럼 지역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전북정치권의 역할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지역구 표관리에는 열심이지만 거시적인 전북 발전 전략 마련이나 현안 해결에는 공조체제가 미흡한 실정이다. 정치권이 치적으로 내세운 국가예산 첫 8조원 대 확보도 의원 개개인의 역량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 프리미엄에다 정운천·추경호 의원 등 야당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북정치권은 지난 20대 총선의 교훈을 망각해선 안 된다. 지난 30년간 민주당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온 전북이지만 지역정서에만 기댄 채 의원 행세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지난해 21대 총선 결과도 반면교사다. 20대 때 국민의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등으로 사분오열된 채 지역 현안을 등한시한 결과, 전북 도민은 이들에게 뼈아픈 민심의 회초리를 들었다. 전북정치권은 초심을 다시 추스르고 도민과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한마음 한뜻으로 지역 발전과 전북의 미래 비전을 세워나가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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