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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사관학교 결실 거둘 때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김원용 논설위원

태권도는 세계 200여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이 수련하는 스포츠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첫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올 도쿄 올림픽까지 6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서지만 늘 퇴출종목 후보군에 들어 여전히 국가적 돌봄이 필요하다.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국기인 가라테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더욱 긴장의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적·국가적 자부심이 담긴 태권도가 혹여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허탈감과 파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무주군이 최근‘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에 팔을 걷었다.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 100만인 서명운동과 함께 세계태권도연맹·국기원 등의 응원을 끌어냈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세계 태권도인을 아우를 수 있는 국제 사범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태권도인들에게는 영예를 안기는 일이자 국기 태권도와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는 일인 만큼 연맹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국기원 이동섭 원장도 “대한민국 국기 태권도가 우슈나 가라테 등이 범접할 수 없는 위상을 갖추고 올림픽 정식종목으로서도 흔들림 없이 꽃피우기 위해선 국제태권도사관학교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고 응원했다.

태권도 사관학교 추진은 사실 때늦은 감이 있다. 2004년 무주 태권도원 유치 당시 계획에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이 포함됐다. 문체부도 이 같은 필요성에 공감하고 2015년 태권도사관학교 설립 타당성 조사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에서 태권도의 질적 향상을 통한 새로운 발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태권도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다만 전문교육기관으로 사관학교 설립을 특정하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무예원을 설치하거나 태권도 대학원 대학교 설립, 문체부 산하 사립대학 설립방법 등을 제시했다.

태권도원의 청사진에 포함되고 문체부의 타당성 조사가 있었음에도 사관학교가 별다른 진전 없이 유야무야 된 데는 무주군과 태권도원 운영 기관인 태권도진흥재단, 지역 정치권의 의지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태권도원은 무주와 전북이 갖고 있는 소중한 체육관광 자산이다. 태권도원을 조성할 당시 무주군은 ‘태권도와 태권도인들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비전으로 태권도 정신과 태권도인의 생활까지 모두 담아낸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태권도 사관학교 외에도 정예 선수촌, 종합 무술테마파크, 태권도 문화마을, 태권도인 실버타운, 태권도 전문병원, 태권도 추모공원 등이 들어 있었다. 다양한 수익사업을 위해 태권도 지방공사 설립까지 계획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2014년 개원 7년째를 맞은 태권도원이 태권도 성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201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매년 3만명 가량의 외국인 수련생이 찾아 나름 지명도를 높여왔으나 거기까지다. 세계 1억명 태권도인들의 정신적 고향이 될 수 있는 태권도원이 이름값조차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태권도 사관학교가 이런 의문과 안타까움을 일거에 해소시키진 못하더라도 실마리는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대학에 태권도 전공학과들이 있어 이해충돌이 생길 수 있고, 국공립 여부와 지도자 양성 세부 과정 등도 결정해야 하는 등의 과제도 있다. 그러나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양성 필요성 앞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태권도원이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도 사관학교 설립이 중요하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태권도원 성지화 사업이 들어 있고, 100여명 의원이 참여한 국회의원 태권도연맹이 우군이다. 국기원을 무주로 이전시키려다가 유야무야로 끝낸 3년 전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지역 정치권에서도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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