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서 가볼 만한 곳’ 하면 내장산과 구절초 테마공원을 떠올리실 텐데요. 두 장소 모두 가을 여행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봄, 여름 할 것 없이 사계절 아름답고 가볼 만한 곳입니다. 특히 구절초 테마공원에 지난해 12월 출렁다리가 생겨 또 하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쌓인 눈이 녹지 않은 겨울날 출렁다리를 본 후, 봄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봄바람이 사나운 날이었는데요. 제가 담아온 구절초 출렁다리와 주변 풍광을 소개해드릴게요.
사계절 관광지로 도약하는
구절초 테마공원
구절초 터널을 지나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가는 입구를 지나면 안쪽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넓진 않지만 행사철이 아닐 때는 안쪽 주차장을 이용해도 괜찮습니다. 산내면 매죽리에 자리한 구절초 테마공원은 옥정호 상류 추령천이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야산입니다. 솔숲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사부작사부작 걸으며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도착하니 가장 먼저 꽃바람 아가가 반깁니다. 꽃구름을 탄 여자아이가 구절초 동산을 보며 발을 구르고 있는데요. 꽃바람 아가는 누구일까요? 발 구르며 좋아하는 모양이 혼자 취재를 핑계로 놀러 나온 제 모습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시 일상의 짐은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출렁다리가 있는 쪽으로 향했습니다.
추령천이 옥정호로 흘러가는 물길을 따라가면 두 개의 산을 연결한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다리 양 끝의 구조물은 구절초 꽃반지 형상을 하고 있는데요. 출렁다리는 수면 기준 높이 24m, 길이 109m의 현수교입니다. 야간에는 1000여 개의 LED 조명을 설치해 은은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고 합니다. 다리 입구에는 안전수칙이 게시되어 있는데, 시설에 대한 기본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 길을 따라 걷다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꽃반지에 대한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고 연인과 함께 구절초 꽃반지만의 감성적인 힐링 공간 제공”이라고 주탑 모형을 꽃반지로 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적혀 있습니다.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걸으면 왠지 사랑의 약속이 변치 않을 것만 같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 조성된 길을 따라가면 맞은편 부치봉(260.1m)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엔 다리를 건너지 않고 망경대 수변 산책로를 따라 우회했습니다. 데크를 따라가면 구절초 출렁다리가 멀어지며 조망이 좋아집니다. 잠시 걷다 보면 출렁다리가 잘 보이는 곳에 쉼터가 있는데, 쉬면서 물멍하거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는 새로 생긴 도로 아래 영화 촬영명소로 유명한 다리가 있습니다. 저는 다리를 건너 옥정호반을 따라 구절초 공원 다목적 광장까지 걸었습니다. 여기서 부치봉을 끼고 한 바퀴 돌아 징검다리를 건너 다시 출렁다리가 있는 장소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섬진강을 따라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되지만, 짧은 산책 정도를 계획하신다면 다리를 건너자마자 출렁다리 맞은편 데크 계단으로 오르면 됩니다. 거기서 혜당정까지 간 후, 출렁다리를 건너 회귀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추억을 부르는 다리를 지나
꽃바람 여인을 만나러 가는 길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 이제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다 보니 다리 아래로 까마득한 물길이 보이고, 다리가 흔들리는지 내 다리가 떨고 있는지 구분조차 되질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혼자여서 그랬을까요? 사실 살짝 겁이 났습니다. 바람이 진짜 많이 불어 그야말로 출렁다리였거든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햇빛을 낚으며 쉬었습니다. 이른 봄이라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초록이 눈에 띄지 않고, 진달래꽃이 듬성듬성 피었을 뿐 겨울에 본 풍경과 그리 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앉아 쉬다가 물빛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옥색에 가까운 물의 빛깔과 윤슬이 어떤 예술가의 작품보다도 더 아름다웠습니다.
출렁다리 너머 산도 솔숲이어서 사계절 언제든 걷기 좋은 곳입니다. 야트막한 산으로 오르는 길엔 데크와 돌계단, 야자 매트를 깔아 보행자의 걸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그래도 돌계단이 다소 높고 가파른 구간이 있으니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르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멋진 정자를 만났습니다. 이 정자의 이름은 ‘혜당정’입니다. 정읍에는 꽃바람 여인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데요. 이름은 김순희, 일제강점기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살다가 1995년 70세의 나이로 고국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순희 여사는 타국에서 억척스럽게 살며 모은 돈으로 장학회를 설립하고 구절초 테마공원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등 고향 정읍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정자의 이름도 김순희 여사의 호를 따라 ‘혜당정’이라고 지었습니다.
혜당정에 오르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입구의 꽃바람 아가는 14살에 고국을 떠나 고향 땅을 그리워하던 꽃바람 여인의 어린 시절 모습이 아닐까? 저 혼자 김순희 여사의 굴곡진 삶과 아름다운 기부를 떠올리며 생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아직은 진행 중,
구절초 테마공원의 변신을 기대하며...
구절초 테마공원은 현재도 변신 중입니다. 둘러보며 지난해 수해 현장과 오래되어 낡은 시설물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작업 중인 굴착기와 파헤쳐진 노면을 보며 가을에 방문할 관광객을 위해 정읍시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연경관을 해칠 정도는 아닙니다.
구절초 힐링테마관이 오픈했다는 현수막을 발견하고 가보았습니다. 안에는 구절초 상품을 판매하는 홍보관과 체험관, 편의점, 족욕 쉼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혹시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쉴까 하고 갔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하고 있었거든요. 구절초 향기를 맡으며 힐링테마관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구절초 테마공원 내에는 식사나 차를 마실 곳이 따로 없습니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거나, 가까운 옥정호 근처 시설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0분 거리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칠보 무성서원이 있으니 오시는 길에 들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봄날 어딘가로 바람 쐬러 가고 싶은데 언택트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고 계신다면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오세요. 가을과는 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이 휘감아 도는 꽃반지 모형의 소나무 동산과 바람에 출렁이는 꽃반지 모형의 다리, 아름다운 기부로 귀감이 되는 꽃바람 여인을 만나 보세요. 아이에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체험하는 시간, 연인과 부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글·사진 = 오교희(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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