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언택트 시대. 이러한 시기에 잘 어울리는 전북의 언택트 트레킹 코스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전라북도 군산시 비응항에 있는 마파지길인데요. 비응항에서 시작해서 서해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는 길입니다.
마파지길의 시작
비응항
마파지길은 비응항에서 시작합니다. 비응항은 새만금 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로 편입된 비응도에 있는 작은 항구입니다. 비록 섬이 육지가 되었지만, 항구는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비응도는 주변 간척지에 세운 산업단지와 공원이 어우러져 더는 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저 군산 외곽지 바닷가 풍경쯤으로 보입니다.
비응항에는 어선들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고, 항구를 막고 있는 방파제 양쪽에는 등대가 우뚝 서 있습니다. 하나는 붉은색, 맞은편 등대는 흰색을 하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두 등대 사이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비응항을 포함해서 등대가 있는 풍경을 360도 빙 둘러볼 수 있습니다.
흰색 등대는 방파제 끝에 서 있습니다. 등대를 찾아가는 방파제 길도 분위기가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양쪽 탁 트인 바다 사이로 두둥실 떠서 걸어가는 기분으로 걸어보았습니다.
바다 풍경을 보며 걷는
마파지길
마파지길은 마파람(남풍)을 받는 자리라는 뜻으로 불렀던 마파지가 붙여진 둘레길 이름입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지금은 동서남북 방향을 붙여 부르고 있지만, 우리말 이름이 있습니다.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남풍은 마파람, 북풍은 삭풍이라고 부릅니다.
마파지길을 걸을 때 해양레포츠센터 옆에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하기도 하지만 전체 코스가 길지 않기 때문에 비응항 흰색 등대가 있는 방파제 입구에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항구, 등대 주변 경관이 예뻐서 사진 찍기에도 좋거든요.
바다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바다만큼이나 마음이 넉넉합니다. 여러 사람이 양손을 펼쳐도 될 만큼 넓은 산책로입니다. 산책로 끝에 있는 해양레포츠센터 옆을 지나면 작은 언덕을 지납니다. 소나무 숲길입니다.
소나무 사이로 오리나무도 보입니다. 오리나무는 꽃 모양이 특별해서 꽃 피는 시기에는 쉽게 눈에 띕니다. 오리나무는 한 가지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데요. 붉은빛이 도는 작고 둥근 꽃이 암꽃이고요. 길게 늘어트린 꽃이 수꽃입니다. 수정이 완료되고 나면 수꽃은 툭툭 떨어져 숲으로 돌아가지만, 암꽃은 그대로 남아 열매를 맺게 됩니다.
언덕을 빠져나오면 언덕에 가려졌던 작은 모래사장이 보입니다. 일반 해수욕장과 비교하면 손바닥 크기에 불과합니다. 아담한 미니 해수욕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다와 산을 끼고 걷는 길
여기부터 데크길이 시작됩니다. 바다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산자락을 돌아서 걷는 길입니다. 왼쪽에는 바다 풍경이 오른쪽에는 숲이 있습니다. 마치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것 같은 탄탄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간에 바닷가 가까이 다가가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손을 뻗으면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가 손에 잡힐 것만 같습니다.
데크길을 걷다 보면 처음 걷기를 시작했던 비응항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비응항이 바다 위에 떠 있는 형상입니다. 그 뒤쪽으로는 희미하게 새만금 방조제가 보입니다.
도중에 바닷가 바위로 내려설 수도 있습니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도 좋겠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바다를 보면서 멍 때리기를 하면 어떨까요?
탑 쌓기를 해도 좋겠고요. 탑을 쌓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므로 잡념을 떨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바위 위에서 북쪽에 보이는 타워가 있는 곳이 마파지길의 반환점입니다.
타워 근처에서 둘레길은 끝납니다. 다시 돌아 나와 중간쯤에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테크 계단길이라서 큰 부담이 없습니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비응항 풍경이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위에서 바라보는 비응항 풍경이 예쁘네요. 뒤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새만금 방조제도 또렷해졌습니다.
산 정상으로 오르면 전망대가 둘 있습니다. 일반 전망대를 지나 능선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팔각정 전망대가 있습니다.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지금까지 산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북쪽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 풍경 속에는 현대중공업의 텅 빈 도크도 보입니다. 쓸쓸한 기억도 함께 따라옵니다. 그 외에도 주로 산업단지 풍경이 이어집니다. 산업단지 너머로 바다도 살짝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이곳 전망대는 마파지길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장소입니다. 정상까지 오면서 부분적으로 보면서 걸었다면, 전망대는 그동안 보았던 부분 풍경을 엮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곳입니다. 전망대에서 구경하고 나면 비로소 비응도 전체 모습이 보입니다.
언택트 시대에 어울리는
마파지길
마파지길은 군산시의 한적한 위치에 있어 언택트 트레킹에 적합한 곳입니다. 마파지길은 비응항, 등대, 해변 산책길, 해변 데크길, 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까지 코스로 되어 있어 변화를 주며 걷는 길입니다. 언택트 트레킹이 필요할 때 마파지길을 이용해도 좋겠습니다.
/글·사진 = 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