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들을 만난 것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에서였다. 전시회 이름은 ‘함께 36.5 디자인’. ‘공존(共存)과 공생(共生), 공진(共進)’을 주제로 내세웠던 그 전시는 우리의 일상에서 호흡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새롭게 깨우쳐주는 다양한 영역의 메시지(?)로 관객들을 맞았다. 기획자는 그 다양한 풍경을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전시장 한편에 낡고 오래된 의자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자들’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 쓸모를 다한 것 같은 볼품없는 의자들은 오래된 것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서로 다른 모양새로 관심을 끌었다. 부동산 중개인, 철도원, 대장장이, 수제화 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인들이 각자의 쓰임에 맞게 만들어 사용했던 의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을 끄는 의자가 있었다. 다리가 따로 없는 육면체의 뭉툭한 나무 의자였는데 그 모양새가 워낙 독특했다. 한쪽 면은 뚫려 있고 위에는 두툼한 천을 나무 바닥과 한 몸처럼 잇대어 놓은 의자의 주인은 오랫동안 남대문에서 가게를 운영해온 부부였다. 이들의 가게는 주로 바깥에서 손님을 맞고 보내야 하는 물건을 팔았다. 서로 하는 역할이 따로 없었으나 안팎을 드나들며 물건을 파는 일은 아내가 주로 나섰다. 남편은 추운 겨울, 아내가 잠시 안에 들어와 앉아 있는 시간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쓰임새에 맞는 나무를 직접 구해 아내가 앉기 편한 맞춤 의자를 만들고 그 안에 난로를 넣을 수 있도록 한쪽 면을 뚫었다. 매끈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으나 남편의 정성을 품은 이 의자를 아내는 수십 년 동안 벗으로 삼았다.
기획자가 들려준 뒷이야기가 있다. 전시를 위해 의자를 기꺼이 내어준 주인들의 한결같았던 당부다.
“다른 사람에게는 내다버려도 좋을 만큼 낡은 의자일 수 있지만 내게는 어떤 좋은 의자도 대신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니 전시가 끝나면 꼭 다시 가져와야해요.”
며칠 전, 젊은 소목장의 전시회에서 또 다른 의자이야기를 만났다. 전통 방식으로부터 쓰임새와 모양새를 넓게 열어가는 소목장의 정신이 담긴 의자들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에 전통 기법을 숨어 품은 의자들은 아름다웠다.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은 다름이 각자의 모양새를 돋보였다. 소목장은 이들을 편안함과 불편함을 서로 다른 가치로 안고 있는 의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의자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돌아보니 다름을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은 우리 일상에서도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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