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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황현중

어둡다고 말하지 말자

밝지 않을 뿐이니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

아무래도 나는

예능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나 보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번 하지 못했으니

호탕하게 한번 웃지 못했으니

두터운 유화의 밑바닥에서

끝없이 망설이며

수없이 고치고 지운 흔적이

내 몸 안에서 울고 있다

늘 덧나는 생의 높이,

나는 상처로 세운 나목이다

자꾸 헐벗는 나이에

오늘 또 바람이 불지만

이제 춥다고 말하지 말자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더운 뿌리 한 줄기가

끝없이 어둠을 파고들며

수없이 초록을 새기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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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상처투성이 나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목이 어찌 상처를 품지 아니하고 생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쩜 그 상처는 가장 가난해서 버려진 생명에게 순백의 아름다운 한 모금 물 자국일 것이다. 그 자비가 초록으로 고개를 내밀 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이 아니라 초록빛 오로라 같은 황홀한 세상으로 따뜻하게 끌고 갈 것이다. 시인은 비움에서 시가 쌓인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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