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는 종이를 이기고, 붓을 이기고, 먹을 이기고, 마지막에는 마음을 이겨야 한다고 하더군요. 서여기인(書如基人)이라고 하죠. 글씨를 보면 제 내면의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항상 부끄러웠어요. 그런 것들을 극복하려고 계속 붓글씨를 썼던 것 같아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하면서….”
제17회 전북서도대전 우수상을 시작으로 제21회 강암서예대전 우수상, 제33회 대한민국서예대전 우수상 등 5월 한 달간 전국 서예대전에서 3관왕을 달성한 은미덕(64) 씨는 약사 서예가다. 원광대 약대를 졸업해 약사로 일하는 그의 삶에 붓글씨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은 씨는 ‘그리움’ 때문에 붓글씨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15년 전, 남편(권형철 전 전북대 의대 교수)이 미국 교환교수로 가게 돼 약국을 정리하고 동행했는데, 그 기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한국에 돌아와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니가 개국을 축하하며 써주신 붓글씨를 발견하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붓을 잡았을 때 흰 종이에 먹물 떨어지는 모습이 환상적이었어요. 그렇게 빠져들어 일하면서도 계속 붓글씨가 쓰고 싶었어요.”
전주 한솔요양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는 그는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붓글씨를 쓴다. 매일 서예학원에 가는 셈이다. 그런 그에게 서예학원은 놀이터나 마찬가지다.
그의 스승은 수암 김종대 서예가다. 은 씨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 그 인연으로 오늘날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붓을 친구 삼아 걸어가라’는 스승의 가르침 덕분”이라며 “수상은 걸어갈 때 돌부리에 걸리듯 부산물로 얻은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붓은 선(線)의 예술이지요. 선의 맛에 빠져, 남이 보지 못하는 선을 볼 수 있는 기쁨이란 말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붓을 버리지 않는 한 붓은 절대로 먼저 버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앞으로도 붓을 친구 삼아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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