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지난 4월 17일 얼떨결에 비트코인을 했다. 아는 지인 두 명이 비트코인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지인은 “50%씩 돈이 오르더라. 급등락이 심해. 주변 사람 삼백만 원 벌었데!”라며 비트코인을 시작해보라며, 초기 자금 10만 원을 주었다. 나도 벌 수 있을까? 지인이 준 10만 원을 용돈처럼 쓰고 있다가 “비트코인 시작했어?”라는 물음에 책임감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다. 왠지 예적금만 하는 내가 뒤처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가리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고 한다.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흙 수저인 내가 돈을 모을 방법은 막막하다. 불안정한 직업, 들어가는 나이, 아파가는 몸, 믿을 건 오로지 나밖에 없는데 이대로 괜찮을까? 포모와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하다, 코인이라도 해보자는 심정. 이에 참여하는 주역은 20~30대이다. 불공정과 불평등에 민감한 이 세대는 삶의 돌파구로서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분명 10만 원 소액이었다. 비트코인의 세계는, ‘비트코인’을 대장(종목)이라고 불렀으며 그 외의 대략 50여 가지의 다양한 코인을 알트 코인이라고 불렀다. 붉은색 차트가 50%씩 급등하는 것을 확인하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곳곳이 로또 밭이었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가상 자산의 세계는 강하고, 빠르며, 자극적이었다. 심지어 누구나 적은 금액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평했다. 뇌에서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며, “비트코인으로 30억을 벌어서 퇴사했다”라는 얘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금세 벼락부자가 될 것 같았다. 코인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은행 예금 오백만 원을 깼다. 자금이 클수록 수익금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투자한 종목이 105%를 찍는 것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과연 비트코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가치가 있기는 할까? 이를 알기 위해서 먼저 블록체인이라는 개념부터 접근해야 한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말하는데,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모든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이는 기존 은행의 거래 방식과 비교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은행은 개인 간의 거래 내역을 증빙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는데 반해,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여러 명 모두 블록을 형성해 저장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중앙은행이 없어도, 가상의 세계에서 화폐를 발행하였다. 과거에 은행을 통해서 입출금을 하는 게 당연했다면,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와 같은 ‘핀테크’가 대세다. 비트코인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미래 시장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은성수 금융 위원장이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암호 화폐 거래소의 9월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건 투기성이 강하고, 한은 총재가 말씀하신 것처럼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 자산이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4월 23일 코인 시장은 파란색 물결로 일렁이며 60% 수직 낙하했다. 기관이 하면 투자이고, 개미들이 하면 투기인가? 왜 젊은이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된 길은 다음 세대가 집 한 채 얻지 못하게 부동산 왕국을 만든 그 어른들이 하지 않았나? 가상 자산의 세계에는 기관, 고래라고 불리는 거대 세력, 사기 치는 범죄자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피해를 보고 있다면 적절한 규제와 보호는 필요하다. 여당에서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가상자산 관련 1호 법안인 ‘가상자산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가상 자산 발행 및 거래에 대한 정부의 사전감독과 규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5월 들어 악재는 계속됐다.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이 환경에 좋지 않다며,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트윗 하나에 시장은 폭락했다. 연이어 중국에서 가상화폐 채굴을 금지하겠다는 발언에 비트코인은 4만 달러대까지 갔다. 현재 내 코인은 수익률은? -60%를 향해 가고 있다. 순식간에 몇 백만 원이 날아가도 현실 감각이 없다. 가상 자산 시장에 참여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 첫째, 현생에 집중하기 힘들다. 가상 자산은 실시간 가격 등락이 심해, 업비트를 손에 놓을 수 없어 현실을 방치하게 된다. 둘째, 수익을 내도 갈증이 심하다. 실제 10% 수익을 내도, 지난번 100% 수익을(최대 수익) 먹지 못했던 과거가 어른거려 후회한다. 다른 사람들이 200% 수익을 내는 걸 보면 배가 아프다. 이 모든 게 맞물리면서 수익을 내도 더 행복한 게 아니라 조금씩 저마다 불행하다. 거대한 파도 위에 놓인 배 한 척처럼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우리는 이 지옥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좀 더 괜찮은 현실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실패와 좌절을 해도 괜찮은 사회, 나락으로 떨어져도 회복할 수 있는 사회, 미래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사회, 내가 가진 것을 만족할 수 있는 삶, 고통에 대한 연대와 이해가 있는 관계, 일확천금 부자는 못될지언정 일상의 삶이 즐겁고 괜찮다면, 가상 자산에 대해서 분명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소해진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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