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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전성시대 '전북의 미래'] 머나먼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 지역 상생의 꿈

재화·서비스 우선구매 실적 평균 38%…일부 기관 한 자릿수
이전기관 협의체 제 기능 의문…지방은행도 외면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북혁신도시. /오세림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북혁신도시. /오세림 기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전북혁신도시 이전의 근본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농생명 허브와 제3 금융중심지 조성, 한국의 출판문화 허브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 10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지역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할 뿐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의지도 보이지 않아 아직은 먼 손님에 불과할 뿐이다.

표면적으로 지역 상생을 표방하고 있지만 지역 업체 우선구매 실적은 저조하고, 특히 이전기관들이 모여 지역 상생을 논의하고 있지만 추상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일보 창간 71주년을 맞아 전북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한 개선점을 모색해본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이 완료된 공공기관은 모두 12곳이다. 이들 기관이 전북으로 이전함에 따라 인구와 세수 증가는 물론 지역 업체와의 상생이 기대됐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여전히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북혁신도시 11개 이전기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공개로 제외)들의 ‘재화·서비스 지역 업체 우선구매 실적’ 평균은 38%에 불과했다. 물론 지방자치인재개발원(71.6%), 한국식품연구원(64.2%) 농촌진흥청 및 4개 소속기관(54.5%)은 비교적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이와 반대로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4.4%로 평균에도 못 미쳤고, 특히 한국전기안전공사는 9.7%, 국민연금공단은 7.28%로 나타나 구매실적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문제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외한 지역 업체 구매실적이다. 공사·용역에 대한 지역 업체 이용률이 저조한데 재화·서비스 부문에서 구매실적이 높게 나타난 한 기관의 경우 공사·용역 우선구매 실적이 7.5%에 불과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대부분 기관이 공사나 용역에 대한 우선구매 실적과 함께 지역 업체 수의계약 등의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깜깜이 통계’라는 지적이다. 이들 자료를 적용할 경우 구매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전기관들이 해마다 전북도에 지역발전계획을 수립해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만 재화·서비스 우선구매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업체 이용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일부터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전 공공기관이 수립·시행하는 지역발전에 필요한 계획과 추진실적 및 우선구매 계획, 전년도 구매실적 등을 공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화나 서비스 우선구매 계획과 실적 등만 공개할 뿐 지역 업체 수의계약이나 공사·용역에 대한 실적 등 세부적인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지역 업체 수의계약 실적 등은 이전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며 “지역발전계획이 공개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들이 지역발전과 상생을 위해 구성한 협의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전북도와 이전기관 기관장을 중심으로 혁신도시발전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다. 그동안 △전북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 △산학연클러스터 구축계획 △이전 공공기관 연계 지역발전 기본계획 용역 결과 등 다양한 안건들을 심의했다. 하지만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혁신도시발전위원회는 연 1회 개최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1년 동안 위원회가 열린 건 9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9차례 가운데 대면 모임은 단 한 차례, 나머지는 모두 서면으로 진행돼 그동안 위원회 개최가 의미가 있었는지, 또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북도와 부기관장으로 구성된 혁신도시 상생협의회 역시 혁신도시발전위원회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29차례 개최하면서 △공공기관 합동채용설명회 협조 △지역인재 채용 확대 △지역발전계획 확정 및 공유 △지역 상생발전 사업 발굴 논의 △금융타운 조성 및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 협의 등 수많은 안건이 논의됐다.

문제는 혁신도시 상생협의회를 통해 어떤 결과가 도출됐냐는 것이다. 전북 금융타운 조성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지역인재 채용은 일부 기관에서 지역본부 채용이라는 꼼수 논란까지 일었다. 협의회를 주최하는 전북도도 그동안의 회의 내용만 공개하고 있지 협의회 결과 내용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 관계자는 “협의회는 지역 상생의 취지로 구성된 건 맞다”면서 “서로 모여 각 기관이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해 혁신도시 상생협의회 기능에 의문을 남겼다.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들의 지역 외면은 지방은행 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 기관의 전북은행 이용률은 ‘제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12개 이전기관 가운데 기관 내 은행이 입점한 곳은 3곳이지만 모두 시중은행이 들어서 있다. 특히 기관마다 365 자동화 코너(ATM기)를 배치해 직원이나 방문자들의 금융업무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모두 시중은행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마저도 전북은행이 주 거래처인 전북개발공사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해당 기기가 들어섰을 뿐이다.

이 같은 전북혁신도시 이전기관들의 지역 외면에 대해 조동용 전북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혁신도시 이전기관 평가 시스템이 적당하지 않다”며 “중앙부처에서 이전기관에 대한 관리나 지역 상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내실있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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