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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안전 위한 올바른 환경조성 필요하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안전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산업안전보건법의 형량이 한층 강화됐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여기에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안전특별법 등 다른 규제들도 있어 기업들에게는 다중처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나 건설사들은 해당사안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어서 관련 업무에 대한 법률자문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이에, 로펌들이 아예 산업재해 전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설 정도라니 상황이 꽤 복잡하고 심각하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핵심 규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올해 초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 대한 기본 양형을 기존 징역 6개월~1년6개월에서 1년~2년6개월로 높이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할 경우와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특별 가중 요인을 둬 최대 징역 10년6개월 선고가 가능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안전조치 의무를 어긴 사업주나 최고경영자(CEO)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가 시행된다. 이에 산업재해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으며, 법인이나 기관도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고의 또는 중대과실이 있을 경우 경영진은 손해액의 최대 5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됐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처벌보다 수위가 높다.

사업 특성상 여러 개에서 수십, 수백 개의 현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건설업체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사업주가 이들 현장을 하나하나 직접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추가적인 안전관리 활동으로 인한 공기 연장,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수익성 악화, 자금난으로 연결되어 이를 견디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인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의 경우 개인에 대한 처벌이 없거나 상한형만 규정하고 있고, 사업주가 산안법상 안전·보건 의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은 징역 6개월, 미국·프랑스도 고의 반복적일 경우에만 징역 6개월을 선고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경영책임자 등에 1년 이상 징역이라는 하한형을 규정하고 있어 선진국에 비해 처벌수위가 너무 높다고 전문가들도 지적하고 있다.

‘규제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부동산 규제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강력한 처벌로 각종 사고를 예방하려는 정부 정책은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처벌만능주의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의 중요성, 하지만 강한 규제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 또한 알아야 한다. 기업들이 안전 및 보건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규제 이상으로 중요하다. 발주자, 건설사, 근로자 등 모든 건설참여자들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과 같은 삶의 질 향상 등을 고려한 적정 공사비 및 공사기간 산정 등으로 건설현장의 안전환경을 조성해야 비로소‘지속가능한 안전’이 실현될 것이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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