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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보다 긴 항만국경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상징도시인 뉴욕에서 항공기 납치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였고, 우리는 그것을 9.11테러라 부르고 있다. 전 세계인이 TV앞에 앉아 생생하게 테러 현장을 목격하고, 테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 내 가족과 이웃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 동안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ISIS) 등 테러집단은 서방국가 공공시설 등에 대한 테러를 자행해왔으며, 러시아 여객기, 파리 도심의 공연장·식당 및 축구장, 벨기에와 터키의 국제공항, 방글라데시 외국인 공관지역, 프랑스 니스 관광지 등에서 총기와 폭탄을 이용한 무차별 테러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힌 바 있다.

항만에서 선박이나 항만시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할까? 2020년 레바논의 베이루트항 폭발사고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출입화물의 운송이 마비되었으며, 올 3월에 발생한 대형 컨테이너선의 좌초로 수에즈운하가 마비되어 하루 10조원에 달하는 운영 손실과 세계 해상운송까지 마비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만일 우리 항만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우리가 짊어져야할 피해와 고통은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된 이후 우리나라에는 31개 무역항이 운영되고 있으며, 무역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과,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가 수·출입 화물의 99%를 항만을 통한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테러로부터 항만을 보호하는 항만보안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국가의 핵심기반시설인 항만을 테러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첨단 보안시설·장비 도입과 보안인력 증대 등 지속적인 항만보안 강화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CIQ기관 및 항만 관계기관 등을 중심으로 주기적인 대테러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테러 및 항만보안사고 대응능력 숙달을 위해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최근 항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밀수, 밀입국 등의 보안사고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의 항만보안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항만은 하루에도 수천명의 사람과 차량 및 화물의 출입이 이루어지고 있어 보안에 취약하며, 이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솔선하여 출입절차 등 항만보안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항만보안의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로 외세가 아닌, 자발적으로 개항한 군산항은 자주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군산항이 서해안시대에 수·출입화물의 중추적 관문으로서 전북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용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보안규정을 준수하고, 나아가 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항만보안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

흔히들 국경하면 155마일(248km) 휴전선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무역항 울타리의 총 길이는 278km로 휴전선 보다 길며, 8천명 이상의 보안인력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다. 오늘도 음지에서 묵묵히 항만국경을 지키고 계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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