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1:49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힘이 되는 문화예술경영…창작활동과 행정지원의 뉴딜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오늘날 예술 활동은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 감정 등을 창작할 수 있는 순수함이 있지만 르네상스시대만 하더라도 후원이란 주문자였고 작가와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그 시대에는 모든 예술분야를 장려하고 후원하는 진정한 의미 보다는 특정가문의 사회적 지위상승과 정치권력을 강화하기 위한수단으로 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거장 중 한 사람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는 피에타(성모 마리아가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슬픈 모습을 묘사한 예술작품의 통칭) 조각 작품을 23세의 젊은 나이에 완성했으니 천재 중의 천재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작품의 명성으로 미켈란젤로는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되었고 피에타로 인한 명성에 힘입어 1501년에는 미켈란젤로의 예술 여정에 정점을 찍는 작품제작 주문을 받는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다비드(다윗)을 조각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대리석의 크기가 5m 정도 거대한 돌덩이를 다룬다는 것은 당시의 유명조각가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작업이었으나 26세의 패기 넘치는 미켈란젤로는 감동적으로 완성을 했다.

다비드를 조각해 나갈 때 재미있는 ‘갑’과 ‘을’의 일화가 하나 있다. 다비드 작품을 주문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위원회의 위원들은 간혹 작품에 대한 말 한마디씩을 던지곤 했는데 다비드상의 머리 부분이 너무 크지 않느냐고 계속 시비를 걸어 왔다. 원래 말도 없고 사교성이 없던 미켈란젤로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작업에만 여념이 없었는데, 하루는 머리가 커 보인다는 시비에 견디다 못해 돌가루를 한줌 쥐고 조각상 위로 올라가 조각도로 깍아 내는 시늉을 하면서 돌가루를 떨어뜨리자 위원들은 그제 서야 입을 닫았고 다비드상은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사람의 큰 키 높이정도 되는 단 위에 설치되었는데 관람객들은 상당한 높이에 위치한 조각상을 보기 위해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보아야 한다. 멀리 있는 부분은 실제보다 작아 보이니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제대로 된 비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미켈란젤로의 생각을 성당의 추진위원들은 알 리가 없었다.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위원회와 작업현장의 미켈란젤로의 심리적 갈등은 서로의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이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미켈란젤로가 로마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천지창조, 최후의심판 등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배경에는 당시 교황 율리우스2세의 초청에 의한 것이었고 거대한 과시적 목적과 작업에 열광하는 두 사람의 의기충천 하는 기질의 충돌은 ‘주’와 ‘종’의 관계 또는 ‘갑’과 ‘을이 되어 이루어진 결과물들이다. 예술지원행정과 실행되는 예술의 현장은 상호 의존 관계지만 예술경영, 현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의 권한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기관은 공적 자원을 집행하기 때문에 공익실현과 절차상의 투명성 등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진행에 개입할 수밖에 없지만 예술 활동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파트너십의 적극적인 협치가 필요하다. 예술가들은 전문성, 소통, 이해의 부족을 구실로 행정부서를 ‘갑’ 이라 하고 행정부서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와 민원제기로 한계를 넘어서는 예술인들을 오히려 ‘갑’이라고 하는 불편한 진실을 자유로운 창의성 보장과 행정지원의 효율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뉴딜, 즉 ‘새로운 계약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이기전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