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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과 전북, 그리고 이준석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에서 10여년 전 발행한 <호남학> 에‘호남’과 관련해 국사교과서를 분석한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다. 김병인 교수(사학과)가 국사교과서에 ‘호남’ 관련 용례를 분석한 결과 ‘호남’이라는 표현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되었단다. ‘호남’ 대신 ‘전라도’라는 용어로 사용했는데, 역사연구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호남’이라는 용어를 채택하지 않는 것이 과연 서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킨 것인지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호남’에 대한 애착은 호남대 조상현 박사가 ‘호남’이라는 명칭 등장시기를 앞당기는 논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2018년도 발표한 ‘전라도 별칭 호남의 연원’이란 논문에서 ‘호남’ 용례가 13세기 중엽 이전 기록에서 확인했다며 기존 견해보다 150여 년 이상 그 연대를 올려도 무방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인용한 두 학자의 논문이 아니더라도 광주·전남지역의 ‘호남’사랑은 각별한 것 같다. 광주·전남에 국한된 이야기일지라도 ‘호남’으로 곧잘 확장시킨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도가 전라도 천년을 맞아 2018년 공동 설립한 학술기관의 이름도‘한국학호남진흥원’이다. 지방거점 국립대인 전북대 부설 연구기관 명칭이 ‘전라문화연구소’인 반면, 비슷한 성격의 전남대 연구기관 이름은 ‘호남학연구원’이다. 전북에선‘호남’이라는 이름을 건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연구소, 기업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전주관문에 걸린‘호남제일문’이 오히려 어색하다. 이와 달리 광주·전남에서 ‘호남’은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호남이란 별칭이 주는 어감이 다르고 활용도에서 차이가 날까. 구한말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지기 전 광주·전남과 전북은 전라도라는 울타리에서 동질감을 가졌다. 그러나 전라북도와 남도로 나뉘고, 나아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연대의식 대신 경쟁관계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호남 몫으로 광주·전남이 항상 우선이 되다보니 전북의 피해의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전북이 ‘호남’에 그리 애정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광복 후 대한민국 인구가 2배 넘게 늘었으나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곳이 전북이다. 경제적 낙후로 인구유출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호남’을 무기삼아 그나마 지탱해온 전남·광주와 달리 전북은 호남 몫도 대접받지 못한 것이다.

호남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것과 달리 충청권을 호서로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영남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긴 하지만, 정치권역과 경제권역을 묶어 부를 땐 대경권(대구·경북권), 부울경권(부산·울산·경남권)이 널리 사용된다.

참고로 호남이라는 별칭이 중국 사대주의에서 유래한 만큼 청산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준이 되는 김제 벽골제가 호수가 아님에도 중국의 동정호(동정호를 경계로 중국에서 호남과 호북을 구분)와 같은 큰 호수로 상상하면서 호남과 호서를 구분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전북이 현실적으로‘호남’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요인이 정치적 동질성이다. 거의 모든 선거에서 전북과 광주·전남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기성 정치인들이‘호남’으로 상징되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 만무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바람이 거세다. 취임 후 전북을 찾은 이 대표는 “전라도 지역 주민들에게 미래와 비전을 가지고 당당히 민주당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그 바람이 일당 독주의 ‘호남당’에 금을 가게 할 지 지켜볼 일이다. 정치영역에서 전북의 존재감이 드러나길 바라면서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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