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해 두 번째 개인전 ‘동물의 왕국’
직접 수집한 동물완구 사진으로 담아
7월 7일~31일 서학동사진관서 전시
“플라스틱의 어원이 ‘빚어내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왔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게다가 저렴합니다. 자본주의라는 신이 무엇이든 빚어내기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재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사물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김윤해(49) 작가의 개인전 ‘동물의 왕국’이 다음 달 7일부터 31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다. ‘동물의 왕국’은 2015년 첫 개인전 ‘플라스틱 자본주의’를 이은 두 번째 사진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대형마트, 완구 도매점, 온라인 상점, 해외 사이트 등에서 오랜 기간 수집해온 플라스틱 동물완구를 집요하게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작가는 완구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동물의 왕국’도 포장 그대로 촬영했다. ‘동물의 왕국’은 육지 동물 세트, 해양 생물 세트, 곤충의 세계, 공룡의 세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 속 동물완구는 어딘지 모르게 무서워 보인다. 몸통에 살집이 두둑한 소는 갈비뼈가 두드러져 보이고, 등이 구부정한 늑대의 새빨간 눈에서는 간악함이 내비친다. 조각이 떨어져 나간 달마티안은 경쾌한 동시에 기이하다.
그곳에 우리가 기대했던 현실 속 동물은 없다. 과장된 색상, 재질의 이질감, 임의로 확대되고 축소된 형태와 비율, 다듬지 않은 채 내버려 둔 플라스틱 찌꺼기까지. 사진 속 동물완구는 생명체에 기대하는 그 어떤 감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이미지 비평가 주형일 영남대 교수는 “동물완구들이 점유한 ‘동물의 왕국’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비장소(non-lieu)의 사진 공간이자 자본주의의 합리성과 실용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라며 “실제 동물을 시뮬레이션하는 이 물신들은 인간이 가진 욕망의 크기에 비례해 제작된다. 김윤해는 비장소의 사진들을 통해 정확히 이 지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작가는 대량 생산된 저가 플라스틱 동물완구에서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참혹한 동물의 미래’를 읽어낸다.
김윤해 작가는 파리사진학교(EFET)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현재 책, 잡지 등 출판과 관련한 사진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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