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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노인정치 vs 청년정치

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펼치는 후보와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
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펼치는 후보와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

“(당 대표가 대선 관리를 하자면) 아무래도 이해를 조정하고, 또 중심을 잡고,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켜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장유유서(長幼有序), 이런 문화도 있고 그래서…”

지난 5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71)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 말은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이준석 대표(36)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다음의 글을 올렸다. “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 이런 겁니다. 시험 과목에서 ‘장유유서’를 빼자는 겁니다. 그게 시험과목에 들어 있으면 젊은 세대를 배제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이들 논쟁은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 대한 청년정치의 반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50년 전, 신민당 유진산 총재가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DJ, YS에게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한 말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정치의 고령화는 우리만의 풍경이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부터 보자. 문재인 대통령(68)을 비롯해 유영민 비서실장(70), 박병석 국회의장(69), 김명수 대법원장(62), 김부겸 국무총리(63) 등 주요 지도자들이 60-70대다. 또 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대선 레이스에 뛰고 있는 여권의 정세균(71), 이낙연(69), 추미애(63)와 야권의 홍준표(67), 유승민(63), 윤석열(61), 최재형(65) 등도 마찬가지다. 이재명(57)만이 50대 후반이다. 얼마 전까지 여야를 이끌었던 이해찬 대표(69)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81)의 나이를 합하면 150살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미국 역시 정치분야의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의 바이든 대통령(80)이 취임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공화당 및 민주당 상원원내대표 등이 모조리 70-80대다. 올해 1월 개원한 미국 117대 의회에서 상원의 평균 연령은 64세, 하원은 58세였다. 1981년 97대 의회에서 각각 53세와 49세였던데 비해 40년 만에 의회가 10년 늙은 셈이다.

이처럼 노년층이 사회전반을 장악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치체제를 서구에서는 노인정치(gerontocracy)라 한다. 노인이 지배하는 또는 노인을 우선시하는 정치체제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용어다. 일본에서는 정치학자 우치다 미츠루가 노년층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실버민주주의(Silver democracy)라 불렀다. 노인정치의 문제점은 사회가 보수화되고 성장과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원인은 뭘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고령 유권자의 증가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요, 또 하나는 고령층의 높은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대와 30대 유권자 비율은 각각 28.3%와 27.5%였으나 2020년 21대 선거에서는 각각 15.5%와 15.9%로 감소했다. 반면에 60대 이상 유권자는 1996년 13.4%에서 2020년 27.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대와 30대의 유권자는 급격히 감소하고 60대 이상 유권자는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고령의 유권자 비율이 증가한데 더해 노년층의 투표율이 젊은층 보다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2016년 20대 총선의 경우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각각 52.6%와 50.5%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60대의 투표율은 71.7%로 20% 가량 더 높았다.

이는 청년층의 과소대표와 노년층의 과대대표로 나타난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20대와 30대 의원은 각각 2명과 11명 등 모두 13명으로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반면 60대 이상은 72명으로 24%에 이른다. 이런 불비례성은 국회의 대표성을 왜곡해 각종 입법과 예산 등에서 고령층 위주의 결과를 낳게 된다. 일자리나 복지정책 등 자원배분에서 세대간 불균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수적 우위와 투표율이 높은 노년층의 압력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이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이에 비해 유럽의 경우는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유럽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과 달리 30, 40대 젊은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유럽의 젊은 지도자로는 현직 최연소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를 비롯해 핀란드 총리(36), 우크라이나 대통령(43), 프랑스 대통령(44), 덴마크 총리(44), 에스토니아 총리(44), 벨기에 총리(46), 룩셈부르크 총리(48) 등이 있다. 유럽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청년 정치인 육성 체계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당의 청년조직에 가입해 정치수업을 받아, 젊은 나이임에도 정당경력이 꽤 오래된 경우가 많다.

노인정치의 폐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소수 기득권을 가진 노(老)정객들의 잔치판이 아닌 노인 전체의 권익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000만명의 회원을 지닌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주요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지만 은퇴자 스스로가 권력을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다. 노년층의 권익을 지키는 일과 함께 은퇴자들을 대변할 젊은 정치인을 키우는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연금수령자 정당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 노인들의 이익을 지키고 대변하는 정당들이 결성돼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20여개 국가에서 등장한 ‘연금수령자 정당(Pensioners’ Party)’이 그것이다(이현출·문예찬, 2019).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 정당들은 고령자 이익(Grey Interest)인 복지, 연금수령, 사회보장 등을 아젠다로 삼고 있다. 대표적 나라가 뉴질랜드,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이다. 이들 나라의 연금수령자 정당은 전국적인 의회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중 네덜란드 50PLUS 정당은 2017년 선거에서 3.1%를 득표해 상원 2석과 하원 4석을 차지했다. 이 정당은 기존 정당들이 노년층을 ‘2급 시민’으로 비하한다면서 ‘연금강탈 중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또 퇴직연령을 65세로 조정할 것을 의제로 상정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고정좌석제’를 요구하고 있다. 뉴질랜드 제일당(New Zealand First Party)은 2017년 총선에서 정당득표율 7.2%로 9명의 비례대표를 배정받아 제3당으로 부상했다. 노동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으며 고령자 복지와 반이민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슈퍼골드(SuperGold)카드 발급을 공약했는데 고령자와 퇴직군인들의 사회공헌에 보답하는 뜻에서 대중교통 무료이용과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수령만을 내세우는 단일 이슈정당인 룩셈부르크 대안민주개혁당(ADR)은 소득대체율이 급여의 5/6에 해당하는 연금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조직화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일부에선 기성정당들이 이슈를 포괄함으로써 흡수 통합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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