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기대했던 지역 현안들의 임기내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대선 공약이었던 제3금융중심지 지정,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군산조선소 재가동 등 핵심 현안들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대했던 전주~김천간 동서횡단철도의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도 무산됐다. 사전 타당성조사가 추진된다지만 44개 신규사업에 포함되지 못했고, 광주~대구간 달빛내륙철도와 동시에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역 핵심 현안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에서 전북에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북의 친구’를 자처하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전북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인정할 만하다. 과거 정부와 달리 새만금 개발과 탄소산업에 속도가 붙었다. 장·차관 등 정부 인사에서도 전북 출신들이 배려됐다. ‘무장관-무차관’시대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 4년은 과거와는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들이 개인의 성공과 경력 관리를 넘어 지역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은 도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4년전 19대 대선에서 전북 도민들은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64.8%의 지지를 보냈다. 전국 득표율(41.1%)보다 무려 23.7% 포인트나 높은 전국 최고 지지율이었다. 문 대통령도 전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고, 문재인 정부에서의 달라질 전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전폭적 지지에 비해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가 누구 탓인지는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선거때 마다 전북과 비슷한 투표 경향을 보인 광주·전남은 전북에 반면교사다.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10.8㎞ 길이의 천사대교가 2019년 4월 4일 개통했다. 2016년 8월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에 반영되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해안관광도로 건설 공약으로 순풍을 탔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전북의 노을대교(고창~부안)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광주~대구간 달빛내륙철도는 지역 역량을 보여준 사례다. 전주~김천간 도로처럼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탈락했지만 막판에 기사회생했다. 사업이 중간 보고에서 탈락하자 광주·전남이 들끓었다. 정치권은 물론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의 총력전이 펼쳐졌다. 경실련, 참여자치, 민언련, 환경운동연합, 참교육학부모회, YMCA와 YWCA, 소비자시민모임, 천주교정의구현연합 등 각계의 시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압박해 끝내 목표를 이뤘다.
날로 성장하고 있는 충청권은 선거때 마다 ‘전폭적’이 아닌 ‘전략적’선택으로 실리를 챙기고 있다. 여야간 힘의 균형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을 주무른다. 13대 대선 이후 줄곧 전북이 민주당 후보에 80~90%의 몰표를 던져온 것과 달리 충청권은 여야 후보 모두의 손에 적당한 득표율을 쥐어줬다. 적게는 20%대에서 많게는 50%대까지 양측에 지지를 나눠줬다. 총선도 마찬가지다. 전북이 특정 정당에 싹쓸이의 달콤함을 선사한 것과 달리 충청은 2개 정당에 4대 6 또는 5대 5의 비율로 의석을 나눠줬다. 정당 입장에서는 소홀히 하기 힘든 전략적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내년 3월 치러질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또다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지방선거와 총선 입지자들의 대통령 마케팅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부각시키기보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대통령의 이름이 함께 들어간 경력 등을 내세울 것이 뻔하다. 전북의 미래는 정치인들 만의 책임이 아니다. 도민들의 선택에도 무거운 책임이 함께 부여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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