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숙 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올 여름은 폭우, 폭염이라는 단어와 함께 ‘관측사상’, ‘유래없는’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연일 폭염대비 안전 안내문자가 전송되고, 어딜 가든 가동 중인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토의정서(1997), 파리협정(2015) 채택을 통해 지구온도 상승을 1.5℃로 억제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합의하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50년경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율이 균형을 이루어‘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6개국이 탄소중립을 법제화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많은 분야에서 탈탄소 움직임이 시작됐다. 산업 분야에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저감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 분야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9%로 미비하지만 농작물이 농장에서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생산, 가공,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어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 스마트농업 확대, 친환경에너지 보급을 위해 많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은 바이오매스 케나프 품종 및 재배단지 조성, 경축순환농업을 위한 가축분입상퇴비 개발·보급, 천적을 활용한 친환경 재배기술 확립 연구 등 탄소저감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탄소중립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 흡수 수단을 확대하기 위한 대안으로 빠른 성장과 높은 탄소 고정력, 화학비료인 질소와 인산의 우수한 흡수력을 가진 케나프를 확대 재배하는 것이다. 케나프는 건물 기준 약 32톤/ha의 생산성을 갖고 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제거 능력이 매우 높다.
다음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경축순환농업 활성화이다. 매년 전북도내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690만톤(2019년 기준)을 농지에 투입할 경우 현재 농경지의 2.5배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축분 퇴비는 약 50%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어 잘 부숙된 가축분퇴비를 사용하여 토양에 적절하게 저장한다면 자원순환과 함께 탄소저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 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가축분 입상퇴비는 사용이 편리하고 양분 유실 가능성이 적어 화학비료와 유박비료의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가축분뇨 자원화 확대와 온실가스를 감축의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끝으로 네덜란드 스마트팜 온실을 방문하면 올해의 일꾼으로 천적을 소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적을 활용하면 살충제 비용과 살포시간을 줄이고 인건비 절감효과가 있어서다. 우리 농업기술원에서는 천적 자가증식 효과검정 연구 및 뿌리이리응애 등 활력강화 천적 230만마리 분양하였으며, 지난해 전라북도 천적농업연구회를 통해 도내 로컬푸드와 학교급식 등에 납품하는 등 탄소중립을 솔선해서 실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농업인학습단체 중심으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4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전라북도를 시작으로 14개시군 연합회까지 4개단체 21만명 회원이 시군별, 단체별 릴레이 실천 다짐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탄소중립의 길은 한 세대 30년을 내다보고 결정한 길이고 또한 한 세대에 걸쳐 준비하고 이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이다. 농업분야부터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서야 할 필요성은 그만큼 크다. /박경숙 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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