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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 김근혜 저 ‘유령이 된 소년’

신념을 찾는 아이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간혹 자신의 신념을 버리거나 의도하지 않게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때때로 불안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청소년기의 불안에 대한 농도는 성인의 그것보다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러한 불안으로 흔들리는 신념과 가치관을 다잡기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얼마 전, 김근혜 동화작가가 청소년 소설 <유령이 된 소년> 을 출간했다. 전주 한옥마을을 따라가다 보면 곤지산에 위치한 ‘초록바위’가 있다. 이곳은 천주교 신자들의 참수 터였다. 작가는 참수 터에 세워진 소년 조형물을 보고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아버지와 신념을 버리고도 목숨을 잃은 ‘홍’이를 통해 ‘단우’의 성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주인공 ‘단우’에게는 등반가인 아버지가 히말라야로 등반하러 가서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 엄마와 ‘단우’의 일상은 깨지고, 방황하는 ‘단우’를 데리고 결국 엄마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게 된다. 전학을 왔지만 ‘단우’아버지의 실종 사건은 꼬리표처럼 다시 ‘단우’의 상처를 건드는 사건에 휘말린다. 이일로 국회의원 아들인 ‘경준’이와의 갈등은 학교폭력위원회에까지 불려가게 된다. 폭력의 결과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졌고, 그러다 초록바위진혼제를 우연히 보게 된다.

진혼제를 보고 곤지산으로 발길을 돌려 천주교 신자들의 참수 터였던 곳까지 귀신에 홀린 듯 올라간다. 그곳에서 이상한 차림으로 서 있는 아이 ‘홍’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가 천주교 신자였지만 신념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배교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족의 만류에도 산으로 간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여 반항과 일탈을 일삼던 ‘단우’에게 ‘홍’이와의 만남은 아버지의 산에 대한 신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빠는 가족을 버리고 자기 목숨을 멋대로 내던졌고, 엄마는 우울증에 빠져 하나밖에 없는 자식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나도 내 멋대로 사는 거다. -작품 중에서

 

단우는 아빠가 그리웠고 엄마의 위로가 필요했다. 혼자서 아버지의 부재를 이겨내기에는 어렸다. 그 아픔을 일탈과 폭력으로 채웠지만, 주변의 선생님과 성당 아저씨, 엄마의 사랑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일상으로 데려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나만을 위한 선택이었어도 그게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선택이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선택의 결과가 대부분 시행착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는 삶을 더 단단해지도록 한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 힘겨운 과정을 문학과 함께 한다면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문학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사회에 묻고 싶은 부조리와 불합리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령이 된 소년》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고 성장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단우’와 ‘홍’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동화작가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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