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용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고창갯벌과 서천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이 뭉친‘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유산으로 인정받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세계유산으로 자연유산은 과학상, 보존상, 미관상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자연지역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문화유산에 비해서도 그 요건이 까다롭다. 세계유산 1100여점 중 자연유산은 200여점으로, 800여점의 문화유산에 비해 희귀성도 있다. 미국 그랜드 캐니언·옐로스톤 국립공원,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 베트남 하롱베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등 걸출한 세계적 명소들과 같은 반열의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갯벌은 강과 하천에서 유출되는 토사가 쌓여 연안에 형성된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만조와 간조의 차가 커 하천에서 공급된 퇴적물이 해안을 따라 멀리까지 이동한다. 한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등 큰 강들의 하구가 있고, 해안은 경사가 완만해 갯벌 생성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우리가 서해안 갯벌 가치에 주목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그저 질퍽한 뻘로 이뤄진 쓸모없는 땅으로 여긴 채 농지로 간척하는 데 급급했다. 고도성장기인 1970년 이후 대규모 간척지 개발과 항만·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국내 전체 갯벌의 절반 가까이가 훼손됐다. 새만금 간척지 개발이 갯벌 훼손의 상징처럼 거론되고 있으나 그 이전 훨씬 많은 갯벌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갯벌의 가치를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게 새만금사업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이 2000년대 초 새만금사업 중단을 요구할 당시 담수화에 따른 수질문제와 함께 갯벌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새만금 백지화를 주장했던 이들은 비용 대비 수익 계산에서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종교인들이 새만금간척지에서 서울까지‘삼보일배’로 의지를 다져 새만금사업을 잠정 중단시키기도 했다.
20년 세월을 건너 새만금개발과 갯벌보전이 다시 대립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새만금사업에서 화룡점정이라고 할 공항 건설을 두고 환경단체가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 사라질 것이라며 근래 반대 활동에 나서면서다. 환경단체들은 고창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를 새만금공항 건설 반대 명분으로 하나 더 보탰다.
고창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분명 전북 도민들이 환영하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어디까지나 고창 곰소만 일대다. ‘한국의 갯벌’에 포함된 곳 중 전남지역이 전체의 약 87%를 차지한다. 국제공항이 있는 무안은 해수부에서 지정한 국내 첫 습지보호구역이며 고창에 앞서 람사르습지로도 등록됐으나 개발 여건 등을 감안해 ‘한국의 갯벌’에 포함되지 않았다.‘갯벌왕국’이라고 할 신안에 국내 4번째 긴 7.22km의 천사대교가 건설된 것도 2년 전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 환경단체들이 갯벌을 살리자고 지역의 대형 국책사업에 조직적으로 반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갯벌의 지속가능한 관리란 무조건 보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갯벌을 균형 있게 보전·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유산지역이 아닌 새만금에서 다시 갯벌 때문에 전북인의 염원이 담긴 국제공항 건설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될 말이다. /김원용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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