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향인 전북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하였고, 그 후 서울에서 생활해왔다. 대학에 입학할 당시 가정형편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이류든지 삼류든지)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철없는 필자는 그냥 서울로 가고 싶었다. 이런 필자의 마음을 학교 선생님께서는 필자가 입학한 대학을 ‘전라북도의 서울대’라는 말씀으로 위로해주셨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필자는 전라북도의 서울대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필자의 모교에 대한 기쁜 소식은 필자의 기쁨이었고, 나쁜 소식은 필자의 아픔이었다.
최근 유명한 대학 입시학원에서 집계한 ‘2021년 대입 수시 · 정시 대학별 최종 등록률 지역별 현황자료’에 대한 어느 언론사의 분석 기사를 보았다. 요지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합쳐서 최종 등록률이 사상 처음으로 90% 아래로 떨어졌고, 대학 입학생 수도 50만 명 선이 붕괴되었으며, 이러한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지방대 출신인 필자의 마음은 많이 무거웠다.
지방대의 앞날이 밝지 않은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가 크겠지만 필자도 그랬듯이 지방에서 서울로 가고 싶은 동경심은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 점도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사는 지역이 어디든 교육의 기회는 균등하다고 하나 아직도 서울과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분명 서울에는 지방에서는 누릴 수 없는, 지방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는 없고 서울에만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서울에는 지방에 비해 다양한 일자리들이 많고, 서울에서는 영화 관람 외에 특별 공연이나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일자리와 풍부한 문화적 혜택은 서울이라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일자리가 있고 문화적인 혜택이 많다보니 지방 사람들은 서울에 가고 싶어 하고, 서울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더 많이 발전했다.
이러한 순환구조에서는 인위적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논리와 무관하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시회와 공연이 열리지 않고서야 사람이 부족한 지방의 발전은 답이 없다. 지역경제와 운명을 같이하는 지방대학의 생존이 걱정된다.
지역경제가 발전하면 지방대학이 발전하고, 지방대학이 발전하면 지역경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현상으로는 지방대학의 발전은 지역경제에 달려있는 것 같다.
전북은 이미 어렵게 설립된 대학이 너무 쉽게 폐교당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1991년 2월에 남원시에 설립된 서남대학교가 2018년 2월에 폐교되었다. 그로인해 학교 주변 상권은 당연히 전멸했고, 남원시의 인구는 약 2000여 명이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위 대학이 폐교당한 원인에는 재단비리와 부실경영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생 부족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원이라는 지역이 학생들에게 메리트가 없었던 것이다.
전북의 현직 송하진 도지사님과 미래의 도지사님을 비롯하여 전북 지역 유력 경제인님들께 간절히 바란다. 필자와 같은 전북 지역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학생수 미달이라는 소식 말고 전북 지역 대학들의 입학 경쟁률이 서울과 수도권 대학 수준에 이르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기를…. /왕미양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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