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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가야사…상반된 관점

지역사회 남원 두곡리 · 유락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둘러싸고 갈등
'일본서기' 나온 국명 ‘기문’원인 …“등재철회”VS “문제없다”

가야계 무덤으로 알려진 남원 두곡리·유락리 고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지역 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남원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무덤을 조성한 정치세력을 명시할 때 사용한 국명 ‘기문’ 때문이다. <일본서기> 등에 나온 이 국명은 유네스코에 제출한 서류에도 명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남원시민사회단체 등은 임나일본부설(왜가 369년 가야를 점령한 뒤 임나일본부를 설치하고 562년까지 통치했다는 설)에 이용되는 <일본서기> 국명이라며, 등재자체를 반대하거나 용어삭제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일부 역사학자들은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는 사실이 학계에서 이미 밝혀졌고, ‘기문’이란 국명은 일본서기 외 다른 사료에도 나온다”며 ‘기문’이란 국명자체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남원시민단체를 비롯한 전국 280여개 단체는 지난 2일 남원시청 앞에서 성명서를 내고 “남원가야를 ‘기문국’으로 표현하는 근거는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설이 기원”이라고 지적하면서 관련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가야고분군은 한국사에 존재했던 가야지명으로 등재를 신청하는데,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과 합천 옥전 고분군만 일본서기의 임나지명인 ‘기문국’과 ‘다라국’으로 등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임나일본부설 강화하는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진행된 상태다. 이 청원에는 19일 기준 5602명이 동의했다.

반면 전북에 독자 가야세력이 존재했다고 보는 학자들은 ‘기문’이란 용어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장근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이 허구라는 사실은 이미 학계에서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며 “가야 소국의 하나인 ‘기문’이란 용어는 일본서기 뿐 아니라 다른 사료에도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문’이란 용어는 <일본서기> 뿐만 아니라 중국사료인 <양직공도> 와 <한원> , 국내 사서인 <삼국사기> 에도 나와 있다.

곽 교수는 이어 “일본서기만 가지고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동북아 정세와 역사 맥락·배경 등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라며 “일본·중국 학자들과 수차례 학술대회를 열어 검증도 했다“고 부연했다.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교수도 19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시민강좌-동아시아 속의 가야국가, 기문가야’에서 “ <일본서기> 에서 백제와 반파가 기문을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기사가 나온다”며 “사료의 맥락상 백제와 가야의 일원인 반파가 싸우는 것으로 보아 기문은 전북 동부지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이 가야사를 설명할 때 <일본서기> 를 활용하는 문제를 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가야사와 관련된 사료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일본서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굴곡과 왜곡이 있기 때문에 사료비판을 엄밀히 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연구논문을 통해 “ <일본서기> 에 흐르고 있는 한반도 국가에 대한 인식, 편찬 이념에 따라 윤색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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