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8시 30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서부신시가지. 평소 젊은이의 열기로 가득했을 거리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인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위 ‘핫’하다는 술집은 여전히 손님으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영업제한시간인 밤 9시가 다가오자 하나둘씩 가게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향한 곳은 인근에 있는 비보이 광장. 9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비보이 광장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전주에서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0명 이상 나오면서 확산세를 꺾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됐지만 여전히 야외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양손에 술을 가득 든 한 남성 무리는 비보이 광장의 무대 위 ‘야외에서 음주·취식행위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사방으로 붙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기도 했다.
밤 9시 10분께가 되자 어느새 비보이 광장의 벤치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백신접종완료 후 2주가 지난 사람을 제외하고, 저녁 6시 이후 3명 이상 사적모임이 불가능하지만 20~30대 젊은이들이 4명 이상 모여 있는 곳도 있었다.
마스크도 착용하고 있지 않고, 전염성이 매우 강한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단 1명이라도 감염자가 있으면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자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밤 9시 10분께 완산구청에 직접 신고를 했다.
구청 관계자는 “비보이 광장은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 출동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단속팀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사이 순찰을 하던 경찰차가 현장에 와 차량 확성기로 “현수막에 쓰여 있는 것처럼 야외에서 음주, 취식이 안된다. 즉시 귀가하라”고 했지만 일부 시민만 정리하고 자리를 뜰 뿐 대부분은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일부는 경찰차가 가고 나니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시민 A씨(47)는 “예전에도 몇 번 경찰에 신고했는데 담당이 아니라서 단속이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면서 “차 안에서 확성기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집합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고한 지 1시간여가 지나 밤 10시가 됐다. 하지만 구청 단속팀은 현장에서 볼 수 없었다. 다시 전화해보니 “운영 중인 단속팀이 1개뿐이라 비보이 광장 단속이 후순위로 밀려난 것 같다”며 “현장에 가서 단속할 테니 걱정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시가지에서 자영업을 하는 업주들은 이 상황을 두고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41)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취지가 모임을 줄여 확산세를 잦아들게 하자는 것인데 비보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단속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자영업자들에게는 강제조치를 하면서 왜 야외에서 행정명령을 어기는 것은 방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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