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 착한 소비, 착한 가격업소…. 요즘 경제가 어렵다 보니 나눔, 배려, 책임 등의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착한’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독교 신약 성경에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나온다. 강도를 당하여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당시 사회의 상류층인 제사장은 그냥 지나쳤으나 유대인과 적대 관계인 사마리아인이 구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성경 이야기는 인간의 고귀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신분이나 재산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에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유래되었다.
“착한 건물주님! 고객님께 이 고마움을 나눌게요∼” 어느 한 식당에 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춰준 것에 고마워하며 설렁탕을 500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작년 2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정부와 지자체의 착한 건물주 지원책 등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따뜻함을 전하며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상생과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원하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착한 소비’도 요즘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전통시장 이용, 친환경 제품 구매, 동네 작은 상점에서의 물품 구매, 사회적 기업 제품의 구매 등 착한 소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환경, 사회, 책임 등을 강조하는 ESG 경영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착한 소비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지역 공동체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나눔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눔과 배려를 위한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가 ‘기부’이다. 기부는 일반적으로 자선이나 대의를 목적으로 대가 없이 내놓는 것을 말한다. 기부는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어려운 사람들의 부족한 것을 보듬고 채워주는 기쁨이다. 한국 전쟁 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이제는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이 되었으며, 지난 7월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를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신장한 국력을 방증했다. 그러나 경제성장 규모에 비해 기부 규모는 초라하다. 영국의 자선재원재단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는 57위로 GDP 규모가 세계 8번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나라의 기부 규모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기부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착한 기부’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착한 기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부자들이 선한 의도로 기부 행위를 해야 하고, 모금 단체가 투명하게 기부금을 관리·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수혜자들의 삶에 체감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기부자-모금단체-수혜자 간의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나쁜 기부’가 아닌 ‘착한 기부’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1365 기부 포털 운영, 기부금 모집·사용 내역 공개를 강화하는 이유도 착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 있으면 추석 명절이다. 착한 기부가 많이 되어 나눔과 배려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지역공동체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고 훈훈한 추석 명절 나기가 되길 희망해 본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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