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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완결은 독립유공자 서훈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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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최고 지도자였던 전봉준 장군의 후손은 지금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전 장군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6명의 가족이 있다고 답한 게 유일한 실마리다.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부인과 자녀 4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가계도 완성을 위한 퍼즐 맞추기에 애를 써왔다.

근 30여년 전봉준 가족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없던 차에 전봉준 장군의 증손자라고 자처한 분이 나타났다. 경남 진주에 사는 전장수 씨(63, 목사)가 그다. 전북대 송정수 명예교수가 최근 낸 <전봉준 장군과 그의 가족 이야기> 에서 그의 증언을 수록됐다. 전 씨는 아버지(전익선)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전 장군의 큰 딸(전옥례) 집을 방문했던 당시 상황과 모습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자신의 조부며 전 장군의 아들인 용현 씨가 어떻게 이동하며 고난의 시절을 보냈는지도 서술했다. 그러나 전 씨의 증언일 뿐 그가 전 장군의 직계 혈족임을 증명할 직접 증거는 역시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명예회복심사위에 유족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가부가 곧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의 가족관계조차 모를 정도로 동학농민군 자손들은 긴 세월 숨을 죽였다. 후손을 자처한 전씨의 증언은 진손 여하를 떠나 동학농민군 후손들의 피폐했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도자들 대부분이 반역죄로 처형되면서 그 가족들은 역적 집안이라는 낙인에다 가난의 대물림으로 배움도 변변치 못했다.

동학의 후손들이 그나마 어깨를 필 수 있었던 계기는 2004년 특별법 제정으로 명예회복과 복권이 이뤄지면서다. 이 역시 유족이 아닌, 역사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 의해서였다. 배움과 부를 쌓지 못한 유족의 힘은 미미했다. 그저 명예회복으로 만족할 뿐 독립유공자 서훈을 요구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순 명예회복을 넘어 국가기념일로까지 지정됐다. 더불어 혁명 참가자들에 대해 독립유공자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학농민군 서훈 논의는 100주년 때부터 나왔으나 근래까지도 별 진전이 없었다. 특별법 제정으로 근거를 마련했으나 서훈에 따른 유족 지원금 등 재정부담과 의병과 같은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데 반대하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가 최근 많이 달라졌다. 혁명의 성격을 의병으로 규정짓는 많은 연구물도 쌓였다. 연구자들은 제2차 동학농민혁명이 현행‘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더라도 서훈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유족회와 천도교 등을 중심으로 서훈 요구 1인 시위가 이어지고, 동학 관련 50여개 단체가 엊그제‘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국민연대’까지 발족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가 아직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연대측은 의병 전공 심사위원들이 그 대척점에 있었던 동학농민군의 서훈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보훈처에 별도의 ‘동학혁명’분과를 둬 독립유공자 서훈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동학농민혁명 유공자 서훈에서 유족에 대한 지원은 부수적인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혁명의 정신을 곧추 세우는데 있다. 전봉준 장군의 동상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섰고, 국가기념일로 제정됐으며, 국가사업으로 동학농민혁명공원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관련 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유산 등재도 추진되고 있다. 독립운동 서훈은 그 연장선에서 또 하나의 큰 진전이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 때면 전북을 찾는 후보마다 동학의 후예라고 치켜세우며 동학농민혁명의 가치에 힘을 준다. 이제 추상적 구호가 아닌, 동학의 후예들이 진정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국가 서훈으로 답해야 할 때다. /김원용 논설위원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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