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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 최기우의 3번째 희곡집 '은행나무꽃'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12년 만에 낸 희곡집
‘은행나무꽃’, ‘조선의 여자’등 다섯 편 작품 수록
표제작 은행나무 여말선초 배경 ‘600년 은행나무’이야기 담아

“은행나무꽃을 본 적 있나요? 은행나무꽃은 눈길이 오래 머무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피어난대. 화려한 꽃잎은 없어도 마주 보는 서로의 눈이 반짝일 때, 은행잎들은 꽃잎처럼 보일 거야.” (희곡 「교동스캔들」 중 이이화의 대사)

극작가 최기우가 세 번째 희곡집 <은행나무꽃> (평민사)을 냈다. <상봉> 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12년 만에 낸 이번 희곡집에는 ‘누룩꽃 피는 날’과 ‘교동스캔들’, ‘은행나무꽃’, ‘수상한 편의점’, ‘조선의 여자’다섯 편이 실렸다.

표제작 ‘은행나무꽃’에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은 성리학이 삶과 국가 통치 이념으로 굳어진 여말선초(고려말, 조선초)시기를 배경으로, 전주한옥마을 ‘600년 은행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엮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실존 인물인 최덕지(1384∼1455)와 그의 첫 번째 아내인 이이화(가상 인물)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방황하며 인화(人和)의 참뜻을 찾아가는 최덕지와 ‘벼꽃과 감자꽃이 펴야 백성의 삶이 평안하고 사대부의 시문보다 백성의 태평가가 나라를 더 강성하게 한다’고 믿는 이이화, 두 사람은 상하·존비·귀천의 명분보다 민본사상을 중시한다.

두 사람은 민중에게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민중은 이에 감격하고 소박하게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이야기 전반은 오래 묵은 나무의 향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교동스캔들’은 과거에 인연을 맺지 못한 남녀가 전주한옥마을에서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인연을 잇는 내용이다.

‘누룩꽃 피는 날’은 70·80년대 전주의 예술인들과 주객의 발길을 붙잡은 선술집·학사주점, 막걸릿집보다 부산했던 백반집·닭내장탕집. 빈 주전자가 늘어날수록 더 근사한 안주들이 나오는 것과 같은 구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의 여자’는 1940년대 해방 전후 시기 긴박하게 산 우리의 거친 가족사와 그 속에서 여전히 고통을 안고 사는 자화상이 서글프게 담겨 있다. 소리를 좋아하는 열일곱 살 처녀 송동심을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로 그려지지만, 속내는 국가의 폭력과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상한 편의점’경찰서 앞 편의점을 배경으로 인간 생활의 모순과 사회의 불합리를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최기우 작가는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으며, 그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10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저서는 희곡집 <상봉> 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 인문서 <꽃심 전주> 와 <전주, 느리게 걷기> ,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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