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정화적 영화 보기란 영화관람을 통해 기쁨, 슬픔, 분노, 우울감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웃고, 울고, 화를 내다보면 감정이 더욱 증폭되고 내면의 억압된 감정을 방출하는 정서적 환기(Emotional Ventilation)를 느낄 수 있다. 이른바 카타르시스(Catharsis, 淨化)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지금도 후련함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당시는 특히 비극〔슬픔의 정서〕의 정화적 힘이 강조되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답답함, 불안과 두려움, 무기력 등. 전문가들은 ‘지금 내가 왜 우울한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을 관리하는데 영화도 효과적인 도구임을 강조하며 치유 요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는 ‘감정의 승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체면 보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억눌림을 승화시킨다. 여기서 승화란 정서적 긴장이나 원초적 욕구를 타인과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시키고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 영화 <플랜맨> 은 강박과 우울에 절어 사는 한 청년을 조명한다. 자기 프레임에 갇혀 직장 생활도 사랑도 원만하지 않아 외톨이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영화는 상담 장면을 계속 보여주며 문제를 탐색하고 해법도 제시한다. 플랜맨>
둘째는 ‘심리적 위로’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관객과 마찬가지로 삶의 여러 문제로 고민하고 고통받는다. 예술치료가 ‘닐’은 ‘고통이 들어오는데 내보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우리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에는 ‘서번트 스킬’인 천재 피아니스트 ‘진태’와 그의 외제(外弟)인 한물간 복서 ‘조하’가 나온다. 엄마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가율’은 형제가 꿈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모두 몸이 아픈데……. 영화 내내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이들을 감싸준다. 그것만이>
셋째는 ‘대리만족’이다. 영화의 요소와 메시지는 고통받는 현실과 여러 가지 문제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도록 돕는다. 정서적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현재 문제와 결부된 감정들을 탐색할 힘을 얻는다. 영화 <조커> 가 세상에 나오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뉴욕시 ’브롱스’ 난개발을 배경으로 했다는 영화는 사회적 모순에 대항하는 광대 ‘아서 플렉’을 앞세워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을 자행한다. 혼란의 가장 큰 미덕은 공평함이라 했던가. 영화에서 Joker(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사람)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사람이다. 관객은 이런 모순을 보며 자기 분노의 실체를 알아차리게 된다. 조커>
감정과 정서는 문화와 관습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물려받은 게 극기복례(克己復禮)다. ‘감정이나 욕심, 충동 따위를 이성적 의지로 눌러 이기자’는 것. 화병(火病)이 자기 소진 적 신경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삐친 감정을 자주 삼킨다.
영화 <이퀄리브리엄> 에는 감정 없이 이성만으로 살자고 주장하는 세력이 등장한다. 전쟁도, 이기심도, 질투도 없는 세상……. 감정을 느낀 자는 처형 당한다. “당신은 왜 살지?” 심문자가 묻자 여인이 답한다. “느끼기 위해서요. 그것은 숨 쉬는 것만큼 중요해요. 사랑이 없다면, 분노나 슬픔이 없다면, 숨 쉬는 것은 시곗바늘이 내는 소리와 같을 뿐이에요.” 이퀄리브리엄>
감정은 사람의 활동을 뒷받침한다.
‘고통이 들어오는데, 내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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