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호 우석대 교수
어느 분야든 남다른 성과를 거둔 이들에게는 그만의 노력과 노하우가 반드시 있는 것 아닐까. 맨주먹 붉은피로 맨땅에 헤딩하면서도 눈앞의 이윤보다 고객의 즐거움을 앞세울 줄 아는 ‘you first’ 마인드로 남부럽지 않게 부를 이룬 많은 이들 가운데 하나가 내 가까운 곳에도 있다. 적어도 등소평보다는 키가 훨씬 큰 그를 나는 속으로 작은거인이라고 부른 적 있는데, 오동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 친구 얘기다.
금속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3년 만에 퇴사한 그는 서른 살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석재 절단용 톱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 하나를 동업으로 꾸렸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동창생들 사이에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 친구가 얼마 전에 작은 책 하나를 펴냈다. 그간 몸소 부딪치거나 생각한 바를 정리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오늘을 만든 숨은 까닭을 그간의 여러 술자리를 통해 웬만큼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니 새삼스레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1984년 4월,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 무렵 나는 도서관을 거의 매일 드나들고 있었다. 드넓은 캠퍼스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은 도서관 로비 한쪽에는 그날 발간된 몇 가지 일간신문이 게시되어 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도서관에 들어섰다가 그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중국 덩샤오핑 주석의 생애를 정리한 기사가 보였다. 그 무렵 중국은 개혁개방의 아이콘인 덩샤오핑 주석이 통치하고 있었다. 저 유명한 ‘흑묘백묘 이론’을 주창한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해서 오늘의 중국 경제를 이룩하는 초석을 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정규 학교 교육을 하나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신문기자가 덩샤오핑에게 물었다. “주석께서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신 걸로 압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토록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습니까?” 덩샤오핑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매일 두 시간 이상 신문을 열심히 읽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지혜의 대부분은 신문을 통해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날부터 지금껏 35년 넘게 하루 한 시간 이상을 할애해서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되어주었다. 나는 지금도 활자신문을 읽어서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읽고 지혜를 얻는다. 기사의 행간에 숨겨진, 학식과 식견이 풍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좋은 습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하고도 유용한 자양분이 된다. 그걸 꾸준히 실천하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또한 성공의 지름길로 들어서는 최선의 방법일 거라고 믿는다. 내 경우는 신문 읽기가 그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활자신문 읽기의 소중한 가치를 한눈에 요약한 대목 아니고 무엇이랴. 그건 ‘공돌이’ 출신인 그만의 노력과 노하우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던 것이다.
내 친구 오동진이 앞으로 며칠만 지나면 명실이 상부한 예순 번째 생일을 맞는다. 적어도 80살까지는 나한테 밥과 소주를 사겠다고 굳게 약속한 바 있는 이 친구한테 그날만은 내가 술을 한잔 내려고 한다. 우리 앞의 노을빛 고운 나날들을 소주잔에 담아 정겨운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아무래도 서해가 넓게 펼쳐진 어느 창 넓은 횟집이 제격 아닐까 한다. /송준호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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