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 ‘메가시티(megacity)’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지방끼리 뭉쳐 살 길을 찾아보자는 몸부림에는 광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지역 89곳에 포함된 부산·대구광역시도 메가시티 구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9년 12월 ‘힘의 역전’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메디치포럼’에서 메가시티 구상을 처음 내놨다. 120조 원을 투자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연구개발(R&D)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경북 구미시의 막대한 지원 제안을 뿌리치고 경기 용인시로 가는 것을 보고 메가시티를 구상했다고 한다.
정부 재정사업과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해도 지역 인재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서 지역에서 인재를 만들어 내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하면 지방은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교육·교통이 집중된 권역별 메가시티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지방에서 출발한 메가시티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후원 아래 순풍에 돛단 듯 착착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내년 3월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새로운 행정조직과 함께 출범할 예정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대구·경북, 광주·전남에도 순차적으로 특별지자체 발족을 통해 메가시티가 출범한다.
메가시티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여야 모두 메가시티 추진에 이견이 없고 정부도 적극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된 새로운 개혁의 시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4개 권역의 메가시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전북은 광주·전남과 충청권 메가시티 사이에서 외로운 섬이 됐다. 지역의 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지역 혁신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다.
메가시티가 될 광주·대전·울산광역시는 모두 인접 시군간 통합을 통해 탄생했다. 지난 2014년 청원군과 통합한 청주시는 광역시가 되지는 못했지만 1조원을 밑돌던 예산이 통합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통합 3년 뒤인 2017년부터 2조원을 넘어섰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구역 통합은 지난 24년간 3차례(1997년, 2009년, 2013년)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 6월 지역 원로들이 ㈔전주·완주통합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키고 네 번째 통합 추진에 나서기로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전주·완주 통합 추진 이외에도 전주와 전북의 변화 기회는 더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주문화특별시 공약이 그것이다. ‘전주문화특별시 지정 및 지원 특별법 제정’은 문 대통령의 전북공약 10대 과제중 하나다. 전주시는 문 대통령 취임이후 정책세미나 등을 통해 문화특별시 지정을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2019년부터는 문화특례시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생활인구 100만 전주특례시’ 지정 요구로 방향을 틀었지만 실패했다.
전주·완주 통합과 전주문화특별시, 전주특례시가 메가시티로 이어졌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메가시티를 향한 ‘비빌 언덕’쯤은 됐을 수도 있다. 전북과 경계를 두고 있는 광주·전남은 광역경제권 구축 및 부울경과 연계한 남해안 남부권 메가시티로 방향을 잡았다. 도내 일각에서는 마한과 백제, 후백제로 이어지는 역사문화자원을 부여와 공주, 익산과 전주까지 확장하는 충청권과의 창의적인 메가시티 연계 전략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구상이다.
경남발 메가시티는 리더 한 명이 지역을 어떻게 바꾸고 나라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일꾼들을 뽑을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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