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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시네마, ‘연상적’ 영화 보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연상적 영화 보기란 영화를 꿈이나 투사를 위한 도구로 가정하고, 영화 관람 후 자유 연상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중요한 타인에게 갖는 감정을 힐링에 활용하는 것이다.

영화 시작할 때 가끔 한 소년이 반달 아래쪽에 앉아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Dream Works란 문구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사 로고인데, 영화를 통한 ‘꿈 작업’ 의지를 이렇게 천명했다. 꿈은 무의식을 드러내고 억압된 자료를 규명하는 단서이기에 낚아 올려 의식화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영화가 정신분석학에서 다루는 꿈, 자유연상, 퇴행, 투사, 상징 등을 재료로 쓰고 있다. 영화가 가지는 재현성과 핍진성 또 정서적 통찰이라는 특장점과 잘 조화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화 <몬스터 콜> 에는 엄마의 불치병으로 인해 밤마다 꿈속에서 고통받는 ‘코너’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어느 날 그에게 주목 몬스터가 찾아온다. 다짜고짜 ‘너의 진심을 알고 싶다.’라고 말한다. 폭풍우에 지진까지 일어나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엄마 손을 잡고 울부짖는 꿈을 꾸다 깨는 코너다. 친밀감이 형성되자 코너가 울면서 말한다. “차라리 빨리 끝나라. 매번 꿈속에서 엄마 손을 놓았어.”

연상적 영화 보기는 내담자의 방어 수준을 낮추고 안전한 퇴행을 돕는다. 내면 아이(Inner Child)도 만나게 해준다. 내면 아이란 성인이 된 내 안에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존재한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존 브래드쇼’는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방치하지 말고 의식 수준으로 초대하여 돌봐줌으로써 심리적 외상을 아물게 하고 성인 자아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상적 접근의 치유요인을 소개한다.

첫째, 의식화이다. 무의식에 갇혀있던 외상적 기억과 불안이 의식의 표면으로 나오게 되면 기억 자체가 재해석 되고 축소될 수 있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들어보면 자신의 상처와 외상적 기억이 무엇인지 모른 채 불안 속에 사는 경우가 있다. 영화 <연을 쫓는 아이> 는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당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미르’란 남자가 성인이 되어 내면 아이를 찾는 내용이다. 암울했던 시절 그와 함께 자란 ‘핫산’이라는 소년은 하인의 아들인데, 알고 보니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이복동생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도련님 노릇을 하며 함께 힘들게 살다가 헤어졌다. 핫산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아미르는 목숨을 걸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핫산의 아들을 구한다. 탈레반이 점령한 그곳에 아미르와 핫산을 억압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둘째는 은유화이다. 연상적 기억을 통해 내담자가 언어 또는 시각적으로 표현한 여러 상징은 그가 토해낸 일종의 은유라 할 수 있다. 많은 영화 치료자들은 영화가 여러 가지 감각 양식으로 작용하면서 은유 혹은 상징이나 의미를 전달한다고 주장한다. 피트니스에 열중하던 한 중년 여인은 “몸이 쇳덩어리에 눌린 것 같아요.”라고 했다. 예뻐지려고 운동하는데, 무거운 쇳덩이에 눌린 것 같아 우울하다는 것. 영화 <아이 필 프리티> 를 본 후 자기감(Sense of Self) 회복에 도움을 받았다.

연상적 접근에서 스크린은 관객의 무의식적 욕망을 반영하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동기 감정 양식을 촉발하는, 진한 정서와 감동을 주는, 강렬한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영화를 선택하는 게 좋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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