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은 대한민국과 전라북도. 지난 30년간 민주주의 토양 아래 뿌리를 내린 지방자치는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더욱 신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중앙정부를 필두로 14개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전국 226개의 기초자치단체도 내년 지방자치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1년여밖에 되지 않는 촉박한 시간이지만 내실 있게 준비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짧은 준비 기간뿐 아니라 기초단체로 갈수록 지침과 현실의 괴리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실정이다. 광역자치단체보다 시(市) 단위, 그보다 군(郡) 단위 기초자치단체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2달여 남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전라북도의 준비 모습을 확인하고,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개선점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2022년 1월 13일 D-day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오는 2022년 1월 13일 시행된다. 지난 30여년간 기틀을 닦아온 지방자치의 새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로 평가 받는다. 개정안에는 지방자치의 중심이 주민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중앙과 지방 간 사무 배분에 관한 내용, 지방의 국제교류·협력에 관한 규정 신설,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 및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 근거 규정을 마련한 점과 특별지방자치단체의 구성에 관한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2달여 앞으로 다가온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준비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개정안에 대한 내용 가운데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은 인사권이다. 기존에 자치단체장에게 있던 의회사무국 인사권을 앞으로는 의회 의장이 행사하게 된다. 관심이 높은 만큼 논란도 많다.
전북에서는 지난 7월 전북도의회 지방자치TF팀을 신설했다. TF는 충남도의회와 전남도의회 등 타 시·도 인사권 독립과 관련한 벤치마킹을 진행했고, 도내 시·군의회와의 업무 연찬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한 전북도의회 자치법규의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도내 14개 시·군의회에서도 중앙정부의 지침과 전북도의회와의 협업을 통해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준비에 돌입했다.
‘반쪽’인사 · 인력 우려 여전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의정지원관) 확충 등 지방의회 위상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크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시행되지만, 관련 법령 개정이 늦어지는 등 인사권 독립이 ‘반쪽’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후속 법안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긴 했지만, 시행령 개정 작업이 늦어지면서 올해 말까지 지방의회 인사위원회와 소청심사위원회 설치 등을 위한 조례 개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도내 한 기초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중앙부처에서 후속 법안 개정을 이제야 마무리하다 보니, 지방에서는 조례 개정하는 것도 바쁜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마저도 광역의회는 사정이 양호하지만, 기초의회의 경우는 의회 사무국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더욱이 지방의회에는 자치 조직권이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인사권을 갖게 되더라도 실질적인 행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정원 수 등을 정할 수 있는 조직권은 지방의회에 권한을 주지 않고 여전히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서 의회 자체적으로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두었지만, 정작 예산 편성권이 없기 때문에 인사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초의원 2명당 1명꼴로 마련된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확대된 지자체의 권한을 감시·견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일각에서는 정책 지원 전문인력이 지방의회 의원의 사적 업무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초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법 시행을 준비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이 많다. 중앙이나 광역단체만큼 준비가 안 된 것이 현실”이라면서 “현재도 시도의장협의회, 시군구의장협의회에서 중앙정부에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건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내년 시행 이후 발생할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하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시대적 사명… 대선 후보 공약 아쉬움”
전북도와 중앙부처에서 근무한 행정공무원이자, 민선 4~5기 전주시장과 민선 6~7기 전북도지사까지. 40여 년을 행정관료와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온 송하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자 전북도지사. 지방자치, 특히 전북의 지방자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송하진 시도지사협의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하진 시도지사협의회장은 지방자치를 두고 관치행정에서 주민행정으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등으로 새로운 제도적 개선 성과도 나타나는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송 협의회장은 “그동안 지방자치법에 포함된 지지부진했던 과제들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한발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시작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면서 “향후 지방자치의 틀을 재편하는 중요한 개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떠오른 지방정부 역할의 강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방분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판단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가까이 있는 지방정부에 판단과 대응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지방분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는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집권적 권력 운영의 패러다임을 지방분권적으로 전환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지방의 혁신 역량을 활용하고,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으로 승화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여전히 한계와 개선점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방자치 제도개선을 위한 일정의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중앙중심적인 정책 결정으로 인해 자치입법·행정권·재정권이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다는 것. 송 협의회장은 “특히 지방재정 측면에서 지방세 비중 증가는 낮은 데 비해, 지방행정 수요 및 사회복지 강화에 따른 지방 대응비 요구는 급증하고 있어, 지방재정의 자율적 운용 여지는 줄어들고, 실질적 재정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은 실질적인 지방자치 구현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대선정국에 지방분권 논의가 소홀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송 협의회장은 “현재 2022년 대선을 대비해 각 후보가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방분권에 관한 공약을 내세우는 분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