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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서 일하는 노동자 수두룩…“우리도 앉을 권리 있다”

산업보건안전기준에 관련 규칙 있지만 권고에 그쳐 실효성 없어
전문가 “앉아서 근무하면 안된다는 업주 · 손님들의 인식 바꿔야”

17일 오전 전주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전주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뜨거운 불 앞에서 쉴 새 없이 프라이팬을 흔드는 전주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은 정승원 씨(26)의 일터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패밀리레스토랑 조리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현재는 경력이 쌓여 어엿한 주방 매니저가 됐다. 하지만 정 씨는 최근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 족저근막염이 재발해서다. 정 씨의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9시간. 이중 식사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은 계속 서 있어야 한다. 손님이 많을 경우 10시간을 서 있을 때도 허다하다. 정 씨는 “손님이 없어 한가하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을 때는 잠깐이라도 앉아서 쉬고 싶은데 마땅히 쉴 공간이 없다”면서 “다리가 너무 아플 때는 잠깐 박스에 앉아 쉬거나 주방 뒤편으로 가 바닥에 주저 앉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앉을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앉을 권리’에 관한 규칙이 마련됐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0조(의자의 비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7일에 만난 서비스직 노동자들 대부분은 ‘앉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아 바빠서가 아니고 앉을 의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전주 완산구 다가동의 한 카페 직원 김모 씨(26)는 “손님이 없을 때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앉을 수 있는 것은 손님 의자밖에 없다”면서 “다리가 많이 아프면 임시방편으로 매대에 걸터 앉거나 기댄 채로 일한다”고 말했다.

‘앉을 권리’는 노동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필수적이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마트 노동자 51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2019년)에 따르면 ‘일주일 이상 근골격계 질환 증상이 지속되거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반복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85.3%에 달했고, 통증 정도가 심해 질환자로 의심할 수 있는 노동자가 56.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중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4%에 불과했다. 산재 보상을 받기 어려우니 77%의 노동자는 개인 비용으로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연구소는 업주나 손님들의 인식개선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경우 의자를 마련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손님이나 업주에게 눈치 보인다는 이유로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노동자들이 앉아 있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거나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잠깐 쉬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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