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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과 타서전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그의 회고록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다.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뇌물죄’등 12개 항목의 혐의로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치적 사면으로 다시 법정 자격을 찾은 사람의 자서전.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등의 수사적 표현을 앞세운 <전두환 회고록> . 그러나 이 책은 1권부터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기억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이 책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 에 대한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 이 왜곡된 서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안 그와 관련된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역사학자들과 출판기획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전두환 타서전> 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고 통탄한 기획자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낸다”고 했다.

<타서전> 은 <회고록> 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타서전은 ‘제 맘대로’ 회고해 ‘제 입맛에 맞게’ 서술한 회고록과는 전혀 달랐다. <타서전> 은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하는 <기사 본말체> 의 형식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동양권에서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체재 중 하나인 <기사 본말체> 는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 평가받는 형식이다. 타서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알렸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은‘ 타서전은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살린 책이었다.

타서전의 주인공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90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스러져갔다. 그들 대부분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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