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드라마 <오징어 게임> 과 <지옥> 의 열풍이 거세다. 늘 보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 대중의 취향은 무엇을 향하는가. 나의 시선은 주로 가면(假面)에 머물렀다. 의미를 알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게임의 공정한 진행과 비밀 유지를 위해 썼다.”라고 말한다. ‘지옥’에서는 가면 쓴 사람들을 VIP라 칭한다. 지옥> 오징어>
우리가 아는 가면은 두 종류가 있다. 보이는 가면과 보이지 않는 가면. 다시 말해 얼굴에 쓰는 가면과 마음에 쓰는 가면.
<데몰리션> 이란 영화가 있다. 마음에 쓰는 가면 벗는 과정을 조명하는 영화다. 데몰리션>
‘Demolition’은 파괴, 해체라는 뜻이다. 가면(假面. Persona)은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양식’을 뜻한다. 내가 나로서 있는 게 아니라 남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벗어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데이비스’란 젊은이가 있다. 장인 회사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는 촉망 받는 사람이다.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장례식 다음 날 정상 출근한다. 장인과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서 생뚱맞은 말로 분위기를 망치는가 하면 장모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다.”라고 말한다. 아내가 절명하던 날 병원에서 초콜릿을 사려다 자판기 고장으로 25센트를 날린 것에 분노한다. 자판기 회사에 장문의 항의 편지를 쓴다. 내용은 항의 반, 신변잡기 반이다.
왜 이럴까 이 사람.
영화의 설명은 이렇다. 친밀한 사람 하나 없이 감정을 억압하며 살았고, 내면의 충동에 따라 매사를 결정했다. 핸드폰 음성사서함을 비우지 않아 아내가 메시지를 남길 수 없는 상태였고, 집 냉장고는 고장 난 채 방치되었다. 회의 시간에
원숭이들이 털 손질〔Grooming〕하는 영상을 보며 싫다고 독백하다가, 결혼 초기에 장인에게 구박받던 기억을 끌어낸다. 원숭이 취급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이리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 중 가장 빨리 달리고 싶었던 심정을 밝히며 군중 속을 배회한다.
치유 과정은 은유로 표현한다. 〔〕안은 주관적 해석임을 양해 바란다. 고장 난 냉장고와 컴퓨터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해체한다〔비정상〕. 회사 화장실 고장 난 문을 분해하고〔감정 배설〕, 처갓집 전등을 해체〔장인과의 관계〕한다. 길을 가다가 철거하는 집을 보자 돈을 내고 부순다〔타인과의 불편한 관계〕. 급기야 사방이 유리로 된 자기 집을 사정없이 파괴한다〔꽉 막혔던 가정생활〕.
세상에, 자기 내면에 갇힌 사람. 돌파를 이렇게 형상화했다. “무엇인가를 고치고 싶으면 모든 것을 뜯어내야 해.” 장인이 그렇게 말한 적 있다. 데이비스를 공감해 주는 사람은 자판기 회사 직원 ‘카렌’과 그녀의 아들이다. 항의 편지에 응답하며 인연을 맺었다.
아내가 잠든 곳에 다녀오다가 운전석 밑에 떨어진 메모지를 발견한다. 아내가 쓴 것이다.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장인과도 화해한다.
드라마 속 얼굴에 쓴 가면이 궁금하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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