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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며칠 전, 남고산성 길을 갔다. 학교 때 간 이후, 수십 년 만의 일이다. 올해 유난히 가을볕이 길고, 어딜 가나 나무의 낯빛이 무르익었다. 세상은 또 찬란한 이파리의 춤을 보여준다. 이 지역 도민이면서도 남고산성이 있는 줄도 모르고, 역사에 관심도 없다는 해설가의 말에 공감했다. 자신만의 왕국에 갇혀 살면서부터, 기계가 친구이고, 허상이 실제가 되는 시대의 불균형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난 달, 14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감사 챌린지(challenge), 캠페인 기간이었다. 날마다 다른 테마로 12일간 계속 되었다. 고대명상에서는 가슴에 자비심이 피어나는 것을 12장의 연잎으로 상징한다. 어머니, 아버지, 파트너, 형제자매, 친구, 자녀, 동료, 내 몸, 지구, 도전, 스승, 신 등에 대한 돌아봄이다. 그들에 대해 감사했던 기억을 떠올려 감사함에 흠뻑 젖고, 그들의 웰빙을 빌어주는 과정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은 늘 들었으나 진심어린 감사는 쉽지 않다.

우리는 각자 이 행성에 발을 디딜 때부터 이 몸과 함께 왔다. 어머니 아버지를 통해...매 순간 성장하면서 자녀 친구 동료 파트너 스승 등과 한 써클로 삶의 과정을 진행 중이다. 부모와 이웃과 주변이 없다면 나도 없다. 웃고, 싸우고, 떠들고, 뒹구는 매 순간마다 그들과 함께 한다.

그 중 우리를 품고 있는 지구는 우리의 지지자이자 양육자이다. 우리의 존재와 웰빙은 지구의 웰빙에 달려 있다. 지구는 모든 강 바다 사막 산 계곡 숲 동물 및 수백만의 생명체이다. 바다와 숲이 숨쉬기를 멈춘다면 우리의 숨도 멎는다. 지구가 식량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굶어죽을 것이다. 강이 불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도 바싹 말라버릴 것이다.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려고 잠깐 멈춘 적이 있는가? 지구의 날숨은 우리의 들숨이다.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지구에게 나는 무엇 한 가지라도 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질병이나, 삶의 위기에 처했을 때, 감사노트를 써보는 것도 좋다. 그날그날 그저 주어지는 선물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매일 써나가다 보면 실제 어떤 어려운 일이 풀리기도 한다. 감사함이 많은 사람에게는 기적이 자주 일어난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는 환자에게 3일간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만 소리 내어 말하게 한다. 놀랍게도 치유가 일어난 사례가 많다. 기적은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다. 삶의 궁극적 기적은 흔들리지 않는 평화, 삶의 어떤 조건에서도 평화로운 상태로 사는 것이다. 삶의 진정한 기적은 분리가 없는 밝은 삶의 방식,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의식, 이것이 원래의 당신이며, 진정한 인간의 유산이다.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기적은 사랑하는 사람과 낯선 사람 모두를 향한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 ‘나와는 다름’에 짓눌리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가슴이 열리면, 이유 없는 사랑이 피어난다. 살아있는 순간들,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이 기쁨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혼자 있는 나를 상상해보라. 당신 둘레의 사람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은 내게 큰 선물이다. 나를 아프게 하는 그 모든 것도 나를 성장시키는 스승이다. 매 순간 세상이 내게 쏟아 붓는 선물을 바라보라. 이따금이라도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 선물이 되는가’ 하는 관찰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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