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오늘 전북을 찾는다. 윤 후보와 전북 유권자의 공식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광주전남을 다녀갔다. 그러나 그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도 전북 패스를 했다. 이번에도 당초 오롯이 전북만 2박3일 계획했던 일정을 1박2일로 줄이고 전남행을 덧붙였다.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호남에 묶여 광주전남의 변방이기를 싫어하는 전북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처음 전북을 패싱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박4일의 광주전남 방문을 호남행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광주전남에 이어 곧바로 2박3일 전북행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탄 것은 그나마 전북 민심을 다독인 이례적인 일정이었다. 호남 일정에 전북을 붙여 가거나 전북을 패스했던 관행을 깼다고 캠프측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후보는 전북 방문에서 전북의 삼중 차별론을 이해했단다. 수도권 대 지방, 영남 대 호남, 호남 내 차별까지 소외된 전북 도민들의 위화감을 처음 이해하지 못 했으나 타당성이 있다고 공감대를 나타냈다.
전북 유권자들이 대선 주자들의 방문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게 서글프다. 대선 주자들이 지역을 찾는 건 표를 위해서다. 당연히 가성비를 따질 것이다. 호남 종속변수로 여기는 데다 특정 정당에 치우친 전북에 대해 가성비를 낮게 평가하는 걸 탓할 수만은 없다. 전북 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전북 유권자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전북의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알기 쉬운 게 지역에서 정당 경쟁구도를 갖게 하는 방법이다. 주요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가진 충청은 늘 핫플레이스였다. 그곳 유권자들로선 어떤 후보가 지역을 찾느냐마느냐로 신경 쓴다는 게 멋쩍은 일일게다.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을 깰 때 가능하겠지만 전북에서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렇다고 인구 측면에서 전북이 큰 소리 칠 입장도 아니다. 전북인구는 180만명 선도 무너지며 전국 인구 대비 3.5%에 불과하다. 매년 인구가 줄고 있어 전북의 정치 위상이 올라갈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통계청이 근래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출생지별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전북 출생 인구는 전국 6.3%인 315만명으로 올라간다. 부산(318만명)에 버금가며 충남(308만명) 충북(209만명)보다 많다.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의 출생지를 따지더라도 서울(48.3%), 경기(8.0%), 전남(7.3%) 에 이어 전북(5.6%)이 네 번째다.
전북에 살지 않더라도 출향민들은 어떤 식으로 든 고향과 연결돼 있다. 꼭 선거가 아니더라도 출향민을 지역의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월1일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제도는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이 개인별 연간 500만원 한도에서 기부할 수 있고, 기부자는 세액공제와 지자체로부터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재정적 목적이 크지만 출향민과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인구유출로 왜소해지기만 하던 전북에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향사랑기부금 제도가 지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지금과 같이 적은 인구 때문에 무시당하는 설움을 덜 받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출향민과 관계망을 활성화시킬 때 그 길도 열릴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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