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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셈법

일러스트=정윤성
일러스트=정윤성

한 살을 더하는 새해가 코앞이다. 연말이 되니 아무래도 나이 이야기가 많아진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연말연시에 나이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이란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다.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저절로 나이 한 살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거기에 우리나라만큼 나이 셈법이 다양한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에는 세는 나이, 만 나이가 따로 있다. 세는 나이는 태어날 때 이미 1살이 되고 새해마다 1살을 더하는 나이다. 만 나이는 태어날 때는 0살, 1년 생일이 되면 1살을 더하는 나이다. 연 나이도 있다. 현재의 년도에서 태어난 년도를 뺀 나이다.

활용되는 종류로 보면 더 복잡하다. 일상생활, 법률관계, 병역법, 그리고 1~2월 출생자들이 학교 입학할 때 쓰는 ‘사회적 나이’까지 네 가지 연령방식이 혼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공통적으로 쓰이는 나이는 만 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이나 공적인 서류 등에는 만 나이가 통용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나이 셈법은 여전히 세는 나이가 우세하다. 동갑인데 ‘빠른 연생’이니 하여 서열(?)을 바로 잡는 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나이 셈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식 나이 셈법의 유래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우세하다. 이 셈법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썼던 방식인데 서양식 만 나이가 보편화되면서 한국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 나이로 통일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1902년, 만 나이를 공식적 나이로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이후에도 세는 나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자 1950년에는 만 나이만을 사용하게 하는 법을 만들었다.

사실 나이 셈법이 다양하다고 해서 꼭 나쁠 일만은 아닐 터다. 역사와 전통이 다른 국가들이 모두 셈법을 통일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일상에서 쓰는 나이와 법률상으로 쓰이는 나이가 다르다보니 적지 않은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나이로 정해지는 서열문화나 나이와 관련된 정보 전달의 혼선, 특정 월 출산 기피 등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들이 그것이다. 이쯤 되니 한국도 나이 셈법을 통일해야 한다는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만 나이 통일’에 대한 의견이 강하다. 2019년 국회에서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된 것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만 나이의 공식적 일상적 사용을 선포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예다.

지인이 연말 인사 문자를 보냈다. 문자 끝에 ‘내년부터는 나이 값 하면서 살고 싶다’고 붙였다. 나이 값 하는 일. 생각해보니 저절로 얻어지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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