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글보다 말이고 말보다 영상이다. 영상은 짧을수록 좋고, 종국에는 이미지 하나만 머리에 남는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많은 이가 각기 저마다 이미지를 쏟아낸다.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 여러 목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서로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인플루언서 대장격인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은 그 중요도와 파급력이 크다. 프랑스로 가보자.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식 의상으로 파리2구의 작은 단골 양복점에서 맞춘 50만원 양복에 3만원짜리 넥타이를 찼다. 머지않아 마크롱 대통령은 서민친화적인 젊은 국가지도자의 대명사가 됐다. 코로나19 방역에서도 그의 패션은 빛을 발했다. 자유로운 프랑스 국민은 마스크 착용을 꺼려했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푸른색 양복을 입고 동색 프랑스국기 모양의 작은 라벨이 달린 니트 마스크를 썼다. 공식석상에서 말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정치인의 패션 정치’ 로 한정 된 게 아니라 유의미하다.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다양한 스토리 텔링으로 이어졌다. 그가 착용한 마스크는 니트 생산업체가 만든 신제품이었고, 취임식 양복을 지은 테일러 샵은 오래됐지만 크지 못한 동네 양복점이었다. 사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부흥기와 헐리우드 영화산업 전성기를 맞은 미국 부유층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의상 수요를 공략했다. 아예 패션 산업을 국가산업으로 정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했으며 대형 명품브랜드위주의 패션산업을 만들었다.
그러나 고가의 명품 브랜드만이 프랑스 패션산업 전체를 이끌 수는 없다.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니트 마스크와 동네 양복점의 모델이 됐다. 말보다 이미지다. 시의 적절하게도 코로나19로 침체된 니트 산업은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소규모 장인 테일러 샵들의 매출도 올랐다. 나머지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진다. 기능성과 스타일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니 판매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작은 상점이지만 장인이 지닌 양복 테일러링 기술의 가치는 널리 전파되야 한다는, 그런 스토리 텔링이.
전북을 보자.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수많은 정책과 비전을 제시한다. 스마트그린, 순환경제 그리고 탄소산업 등등. 딱딱한 정치언어가 지역경제 및 산업과 맞물려 반복된다. 취업하고 창업해 오랫동안 전북에서 잘 살고 싶은 2030 청년 유권자들이 이 언어에 공감할 수 있을까. 동영상도 1분 넘어가면 지루해서 못 보는 시대다. 반면 재미있으면 10초짜리 쇼츠(짧은 이미지)에서도 긴 스토리가 파생된다. 현대 정치인이라면 추상적인 정책 키워드들을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미지로 다듬어야 한다. 강렬한 이미지는 스토리를 절로 만들어낸다. 비오는 날 탄소소재 살대가 들어간 우산을 들고 출근하는 도지사님, 익산 귀금속단지 브로치를 단 의원님, 청년들의 테일러샵에서 맞춘 한지원단 양복을 입은 시장님, 재활용 소재로 만든 니트를 입고 봉사활동 하는 젊은 의원님들을 상상해보자. 이미지로 접근 가능한 유즈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유권자도 좋을 것이다. 유권자가 좋으면 정책에 힘을 받아 정치인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그 수혜는 다시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정책이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돼 시장과 민생에 번질 것이다. 백마디 정치 레토릭보다 정책이 자연스레 녹아든 이미지 메이킹에 전북정치인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성균관대 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원광대 창업선도대학 비상근 멘토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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