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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111)고슴도치섬 위도의 원당과 띠배

위도 띠배 /사진제공=문화재청

해마다 음력 정월 초사흘이 되면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에서는 ‘띠배’라 불리는 특별한 배를 바다에 띄워 보낸다.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용왕님께 띄워 보내는 배이다.

위도는 한자어 고슴도치 위(蝟)를 쓰는 섬이다. 고슴도치가 많이 살아 붙은 이름이 아니라 섬의 모양이 고슴도치를 닮아 유래되었다는데 위도에 관한 오랜 기록은 고려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 저술한 고려견문록인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뱃길로 개성으로 가다 위도에 들러 식수를 공급받았다는 것과 이곳에 자생하는 소나무의 잎이 고슴도치를 닮았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나무 솔잎의 특별한 생김 때문에 위도라고 불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주에서 벼슬 살다가 궁으로 보내는 목재 벌목을 감독하기 위해 변산으로 가서 남긴 고려문인 이규보의 기록도 흥미롭다. 궁으로 보내는 특별한 목재를 언급하며 바다를 굽어보니 아침저녁으로 출입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도’가 있다며 순풍을 만나 쏜살같이 달리면 중국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기록을 『남행월일기』에 남겼다.

고지도속의 위도, 대월습곡과 위도상사화

위도는 예로부터 주요 항로이자 수군의 진영인 위도진의 관아 건물이 설치된 요충지였다. 또한, 둥글게 휘돌아 가는 모양의 거대한 바위인 대월(大月)습곡을 비롯해 아름다운 비경을 품고 흰 상사화가 피어나는 신비로운 섬인데다 위도 앞 칠산바다는 풍요로운 어장이다. 그래서인지 부안에서 『홍길동전』을 저술한 허균이 위도를 바라보며 이상향인 율도국을 상상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칠산바다는 칠산어장으로 불리며 영광굴비가 되는 조기의 대부분이 잡혔다고도 하는데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위도는 ‘조기잡이의 3대 파시’로 임금에게 진상하는 조기가 잡히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물코마다 조기가 걸렸다는 황금어장이다 보니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의 토속신앙이 발달한 곳에 “칠산바다로 돈 벌러 가자”며 몰려든 조기잡이 선주들이 비용을 대 큰 굿이 성행했던 곳이었다.

특히 위도 대리마을의 ‘원당제’가 유명했다. 대리는 마을의 지형이 큰 돼지목 형국이라 ‘대저항’이라 불렸고 큰 마을(돌목)이란 뜻으로 대돌목으로도 칭했던 마을이다. 그곳에 있는 제당 이름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는 집’이란 의미의 ‘원당(願堂)’이다. 원당제는 원당굿 풍어제 띠뱃굿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바닷가에서 용왕굿과 함께하여 산신과 용왕신에게 곡물과 띠배를 바치며 바닷사람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한 공동제의(共同祭儀)였다.

원당의 당신도와 당산굿 /사진제공=문화재청

그 오랜 역사는 위도 도집강 이인범과 화주 서익겸 신득삼 등이 경자년(1900년)에 원당을 중수한 기록인 『원당중수기』가 남아 증명해 준다. “대저항리의 원당은 큰 바다의 험준한 봉우리 위에 위치하여 신령스럽고 기이한 가운데 특별히 이곳으로 모여들어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숭배한다”며 기도를 하면 반드시 응답해주는 원당의 보수가 시급하다 하였다.

이에 위도의 선주뿐 아니라 멀리 황해도 옹진을 비롯하여 완도, 군산, 계화도, 줄포, 비응도 등 각처에서 원당 수리 비용을 대며 이름을 남긴 점이 특별하다. 마을을 넘어서 풍요로운 어장으로 몰려든 뱃사람들의 바람으로 원당제가 행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풍어를 기원하는 큰 굿뿐만 아니라 만선이 되거나 마을에 정박할 때 풍물을 치며 놀았던 여러 지역의 가락이 스며들어 오랜 세월을 거쳐 내려오며 위도에서 불리는 다양한 노동요나 놀이 문화로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원당제가 널리 알려진 데에는 197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대리마을 당제의 한 과정인 ‘띠배보내기’가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고 나서이다. 이후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 ‘위도 띠뱃놀이’로 지정받았다. 띠뱃놀이는 풍물패가 마당굿으로 시작을 알리며 서낭신을 모신 원당에 올라가 제물을 차리고 굿을 한 후 마을의 주산을 돌고 마을 앞 바닷가에서 용왕굿을 하면서 이어진다.

띠뱃놀이 중 용왕제 모습과 용왕밥 던지는 화주 /사진제공=문화재청

띠배는 원당에서 굿을 하며 내려오는 사이 바닷가에서 만들어지는데 띠풀, 짚, 억새나 싸리나무 등을 함께 엮어 길이 3m, 폭 2m 정도의 크기로 돛대와 돛을 달아 배 모양을 갖춘다. 띠배 안에는 각종 재물을 넣고 선원을 상징하는 제웅인 허재비(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운다. 띠배가 준비되면 바닷가에 용왕상을 차리고 용왕굿이 시작되는데 용왕굿에서는 여자들이 주가 되어 고깔과 탈을 쓰고 흥겹게 놀며 바다에 떠도는 혼령에게 골고루 음식을 나눠주는 의미로 용왕밥을 만들어 바다에 던진다.

이후 바다에 띄워진 띠배를 오색기를 단 배들로 호위를 받은 모선(母船)이 끌고 바다로 나간다. 모선에 탄 주민들이 풍물놀이와 함께 노동요이기도 한 배치기소리, 에용소리, 술배소리, 가래질소리를 신명나게 부르며 띠뱃놀이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띠배를 바다 가운데에 떼어 놓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띠배가 마을의 모든 액을 싣고 멀리 떠나기를 기원한다.

 

돛 달어라! 예 이

노 저어라! 예 이

빌어 보세 빌어를 보세 용왕님 전에 빌어 보세 에~용 에에용, 에~용 에에에용

칠산바다에 들어온 조기 우리배 사공님 애태운단다 에 에헤 에헤야 에 에헤 에헤야 에 에에헤 에헤야

노세 놀아 젊어서 놀아 늙어 병들면 못 논단다 에~용 에에용, 에~용 에에에용

바라건데 올해는 띠배에 오랜 역병의 시름도 함께 실어 보내며 모두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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