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한복으로 시작한 달이다. 한민족 최대명절인 설은 옷장 속 한복을 꺼내게 했다. 색동저고리와 복주머니를 단 아이들에게 한복은 연례행사의 꽃이자 축제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동저고리도 변화했다. 조선시대 염색한 양단이 귀했던 시절 소매부분만 오방색을 각각 이어 붙여 아이의 건강을 빌었다. 너무 귀한 천인지라 만들고 난 자투리는 작은 삼각형의 잣으로 만들어 장식처럼 덧대었다. 2022년 해외 럭셔리브랜드 구찌는 구찌상회를 열고 색동원단을 활용한 복고풍 상품들을 진열했다. 한편에서는 청년창업가가 색동원단으로 만든 운동화, 미니스커트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소셜 미디어로 매일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색동 운동화와 설날의 색동저고리는 간극이 크다. 한편에서는 한 번씩 꺼내 입는 전통한복보다 매일 입고 소비할 수 있는 변형이 나은 방향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 속으로 들어온 상품도 좋지만 활용된 한복의 원형과 가치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입장 모두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한국 그리고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도시에 사는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한 것이다.
구찌를 비롯해 외국 디자이너와 명품 브랜드들은 특히 색동의 색감과 형태를 선호했다. 아마도 화려한 색들의 어울림과 서양에서도 익숙한 줄무늬가 주는 시각적 효과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표면적인 부분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러나 강렬한 색동의 표면이 색동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색동의 오방색이 지닌 상징성과 색동저고리의 유래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5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의 도서관에서 찾은 세계 민속복식 책에 한복저고리 깃이 차이나 칼라로 표기되어 있었다. 책을 다시 출판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구 쪽 책상에 앉아있던 관리자에게 페이지를 보여주며 코리안 칼라라고 설명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해외에서 더 강해지는 자국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아니더라도 현재 국내외에서 한류패션의 이름으로 한복을 활용해 퍼져 나가는 상품들은 기체와도 같다. 기체는 그 가벼움으로 인하여 멀리 퍼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활용된 색동으로 비유한 문화 자산의 가치는 무거워야 한다. 원형은 그 자체로무게를 지니고 흔들림 없이 보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찌상회를 통해 젊은이들이 색동을 아는 것과 색동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구찌상회를 접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한옥마을로 와보자. 한옥마을은 한옥과 한복 그리고 한식이라는 의식주가 동시에 가능한 독자적 브랜드다. 그렇기에 한복을 차려입고 한옥마을을 거니는 사람들 자체가 브랜드 광고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광고는 무엇일까. 경복궁, 민속촌에서의 한복체험보다 기억에 남아 내 친구와 이웃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한옥마을 대여상점에서 한복을 빌려입는다. 체험 후 탈의하더라도 입었던 한복이 배자인지 당의인지 머리에 꽂았던 것이 비녀인지 떨잠인지는 기억하도록 하자. 대여상점에서 각 아이템별 그림과 명칭 그리고 쓰임새가 적힌 엽서를 비치하거나 판매한다면 한복체험의 추억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입었던 것들의 엽서모음이 곧 나만의 한옥마을 컬렉션을 완성할 것이다. 우리만이 한복의 가치를 정확히 알리고 지킬 수 있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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