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을 이사했다. TV, 쇼파, 청소기 등 생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켓’을 방문했다. 처음 이용해 봤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내가 살아야 할 동네도 알게 되고, 좋은 물건도 싸게 득템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가 새로 발견한 것은 집, 일상, 거리, 동네였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동네의 재발견’이 아닌가 싶다. 동네에 대한 관심은 방역 단계에서 시작됐다. 전국 상황보다는 우리가 사는 지역 상황이 궁금해 진 사람들이 시청, 군청, 구청 홈페이지를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원거리 이동과 대형 실내 공간 방문이 어려워짐에따라 우리의 생활권이 동네로 좁혀졌고, 동네 가게, 거리, 상권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다.
로컬 그 이상의 로컬, 하이퍼 로컬(Hyperlocal, 지역 밀착)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 반경은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좁혀졌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발맞춰 ‘하이퍼 로컬’이 부상한 것이다.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로 하이퍼 로컬 서비스는 특정 지역, 동네 자체를 경험하고 소비한다는 개념이다. 하이퍼 로컬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동네’, 그리고 ‘이웃 사람’이다. 이른바 ‘슬세권’이라 말하는 슬리퍼를 신고 걸어갈 만큼 가까운 거리의 동네 안에서 이웃 간의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머물고 싶은 도시’는 근거리에서 일(職), 주거(住), 놀이(樂) 즉 ‘職·住·樂’이 15분 안에 가능한 동네가 삶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생활권 도시’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터넷 쇼핑, 홈쇼핑 등 온택트 업종의 매출도 늘었지만, 정육점, 슈퍼마켓 같은 동네 업종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동네 경제’의 가능성을 알아본 기업들은 동네 기반 서비스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고 있다. 동네 주민 간 중고 거래를 중개하는 ‘○○마켓(당신의 근처에 있는 마켓)’은 가입자 수가 2,1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가구당 1명은 당근을 쓴다. 네이버도 사용자 위치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이웃 서비스’를 오픈했다. ○○마켓과 이웃 서비스는 단순 거래 시장에서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의미의 지역 커뮤니티를 생성한다. ○○마켓의 ‘동네 생활’과 네이버 이웃 서비스의 ‘이웃 소식’을 통해 동네 주민들은 일상을 나누고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하이퍼 로컬 플랫폼을 통해 우리 동네를 재발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가히 창조적 파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관(官)보다 민(民)이 앞서 지역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을 창조함으로써 주민 중심의 생활 자치를 실현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이퍼 로컬 시대, 동네의 재발견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지역발전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넘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마켓의 대표가 밝힌 이 목표는 주민 중심의 자치분권 2.0 시대에 중앙과 지방 정부가 매우 깊이 있게 새겨들어야 할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한 지향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동네의 재발견은 지방자치의 재발견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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