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형 전환학교’ 올해 첫발
- ‘비인가 대안학교’ 혼선 우려
- 지자체-교육청 협업 아쉬워
교육도시 전주에 올 봄 아주 특별한 학교가 문을 연다. 전주시가 진로탐색 인생학교인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설립한 ‘야호학교’다. 전주시는‘청소년이 행복한 도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2017년부터 운영해온 ‘야호학교’의 체제를 올해 전면 개편했다. 고교생들이 방과후·주말을 활용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청소년 자치 프로젝트 형태에서 청소년 대상 전일제 대안학교 체제로 변경하고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전주형 전환학교 신입생 모집’을 알리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홍보에도 힘을 썼다. 17~19세 청소년 20명을 모집해 3월 1일부터 1년 과정의 전일제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궁금증과 의문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학교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지자체에서 직접 설립했으니 사립이 아닌 공립으로 구분해야겠지만 일반 공립학교처럼 교육청이 설립·운영하는 학교는 아니다. 게다가 학교 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비인가 시설이고, 학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교육과정은 대안학교에 가깝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인가 학력 불인정 공립 대안교육시설’인 셈이다. 전북교육청에서는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자칫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삶의 전환기, 청소년들이 자기주도적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가는 1년의 전환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시 직영 비인가 대안학교’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야호학교는 운영주체와 기관의 성격 등에서 전국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자체에서 설립·운영하는 학교를 찾자면 전북도에서 운영하는 전북도립여성중·고교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광역 자치단체가 설립했고, 또 학력이 인정되는 평생교육시설이라는 점에서 야호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또 운영 취지와 방향 등을 따지면 서울의 오디세이학교와 견줄 수 있다. 하지만 오디세이학교 역시 서울시교육청에서 설립·운영하는 학력인정 교육기관(각종학교)이라는 점에서 야호학교와는 다르다.
전주시가 내세우는 청소년기 전환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는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학력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인생을 위한 특별한 1년’에 너무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운영주체인 전주시가 과연 지역 청소년의 소중한 1년을 맡아 무엇을 할 지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운영 성과에 대한 확신은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특별한 학교의 지속가능성은 진지하게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무엇보다 기존 교육체계의 틀과 규범 안에서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지 먼저 교육청과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적어도 학교설립 연구용역 단계에서는 당연히 교육청과 소통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는 과감하게 생략됐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설립 준비과정에서 전주시 담당자가 교육청에 설립 인가 등 실무 사안을 몇 차례 문의한 게 전부다.
자녀교육에 대해 남다른 가치관과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청소년기 자녀를 굳이 정상궤도에서 빼내 비인가 교육시설에 보낼 학부모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공립을 포함해 학력인정 대안학교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전주시가 교육기관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전주형 전환학교의 갈길을 함께 찾았다면 어땠을까. 행여 수년 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출범하는 야호학교가 첫해부터 갈길을 잃을까 걱정이다. 지자체가 공신력을 토대로 정책을 내놓고 신입생을 모집한 만큼 혹여 지원자가 너무 적다는 이유로 이미 발표한 학교운영 체제와 방향을 다시 바꾸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배움과 성장은 이제 학교 울타리를 넘어 그 책임과 역할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교육여건 악화와 학력격차 문제 등 전북이 안고 있는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지역사회가 손을 맞잡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청-지자체의 교육협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다행히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들이 모두 지자체와의 교육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육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면서 교육 수요자들의 현실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북형 교육협치 모델을 기대한다.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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