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강화·좋은 일자리 창출 목표
민영화서 공영화로 물꼬 트는 계기
"도내 서비스 기관 소통 창구 역할"
<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사회·복지·여성계 전문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양병준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김민지 전라북도 사회서비스원 팀장, 우아롬 법무법인 한서 변호사가 참여해 노인의 삶과 복지문제, 시민사회 활동 이야기, 사회서비스 현장 이야기, 도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 등을 들려줍니다. ‘참여&소통’은 오는 9월까지 매주 화요일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전북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지 6개월째다. 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를 목적으로 2021년 10월 28일 전주역에서 멀지 않은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첫 마중길 인근 태평양빌딩 6층에 문을 열었다. 지방자치단체 출연 공익법인으로, 원장과 1본부 3팀 20여 명의 본부 인력과 종합재가센터, 산하 수탁시설 등 모두 70명 안팎으로 출범했다. 설립에 앞서 전북도는 공청회, 행정안전부 출연기관 설립 협의 등을 거치고 2021년 2월 전북도 조례를 제정해 직원 공개모집 등 행정절차를 마쳤다.
공공성 강화·좋은 일자리 위해 문 열어
광역단체마다 1개씩 설립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은 전국적으로 2019년 서울, 대구, 경기, 경남, 2020년 인천, 광주, 대전, 세종, 강원, 충남, 전남, 2021년 제주, 전북, 울산 등에 설립되었다. 올해 부산 충북 경북 등에 설립되면 전국 17개 시도에 모두 설립하게 된다.
사회서비스원법(2021년 9월 24일 제정)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은 제1조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다(보건복지부, 2019). 첫째, 공공위탁사업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국공립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 등 정부가 공공시설이나 기관을 설립하고도 민간에 위탁해 운영했는데 사회서비스원이 공공수탁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 종합재가센터 설치를 통한 재가서비스 직접 제공이다. 사회서비스원이 직영 종합재가센터를 세워 노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등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셋째, 민간제공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사회서비스원은 대체인력사업, 시설안전점검은 물론 재무, 회계, 노무 등에 대한 상담 자문 역할을 통해 사회서비스 민간제공기관의 운영과 서비스 질 향상을 지원하는 것이다(양난주, 2020).
민영화에서 공영화로 물꼬 트는 계기
사회서비스원 설립은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사업이 민영화·시장화에 기초한 정책에서 공영화로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와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 등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여기에 도시화와 가족제도의 붕괴 등으로 돌봄 공백 또는 돌봄 위기가 등장하면서 돌봄을 개인에게만 맡기기보다 사회나 국가 전체가 책임지는 돌봄의 사회화가 요구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부문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진입규제를 완화했다.
그러자 90%를 웃도는 민간중심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영세사업자들이 사회서비스 시장에 무분별하게 대거 진입하는 바람에 공급자 간 과도한 경쟁과 수익추구의 양상을 띠면서 임금수준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해 문제가 되고 있고 일부에서는 불법운영과 부당청구 등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하를 초래했다(용태희·최성헌, 2021). 실제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아이돌봄 서비스 종사자 등의 낮은 급여와 장시간 노동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자는 요구가 거세졌고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국정 100대 과제로 설정했다.
걸음마 단계인 전북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등 운영
전북사회서비스원은 든든하고 따뜻하며 존중받는 사회서비스 제공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전주와 장수에 종합재가센터 설치, 전북사회서비스지원단을 두고 산하 운영시설로 전북대체인력지원센터, 장수지역자활센터, 장수군가족센터, 전북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김제), 전주 및 군산에 다함께 돌봄센터 등이 있다. 핵심사업 중 하나인 종합재가센터는 서비스원법에 최소 2개 이상을, 요양보호사 등을 직접 채용해 운영토록하고 있다. 긴급·틈새돌봄, 장기요양(방문목욕), 통합돌봄, 장애인활동지원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대체인력지원센터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연차휴가, 교육, 경조사 등으로 업무공백 발생 시 1주일 전에 신청하면 대체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이다. 또 종사자 응원콘서트, 전문컨설팅, 찾아가는 사서원, 온라인인권상담소, 전북복지희망포럼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민간의 서비스 질을 견인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 일이 많다. 초기에는 민간과의 경쟁 보다 돌봄서비스 사각지대, 특히 농어촌지역에 중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함께 △종합재가센터 사업의 다양한 개발과 서비스 확대 △사례관리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돌봄종사자 처우개선 △교육프로그램 개발, 서비스 모니터링 및 평가 △돌봄 허브기관으로서 네트워크 형성 등 과제가 쌓여 있다. 서양렬 원장은 “전북지역 사회서비스 기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 돌봄 플랫폼 구성과 돌봄 119 출동대를 만들고, 도내 6만 명에 이르는 사회서비스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육연수원을 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란?
전주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씨(57)는 최근 노인학대 고발을 당했다. 어르신이 잠을 자다 침대 밑으로 미끄러져 다쳤는데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야간에 혼자 여러 병실을 담당하는 A씨는 다른 병실 어르신의 용변을 처리하느라 바로 낙상사고에 대처할 수 없었다. 밤에 혼자 30명 가까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익산에서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B군(11)은 한부모 가정으로 어머니가 청소일을 나가신다.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숙제도 하고 게임도 하고 또래 아이들과 뛰어 놀기도 한다. 하지만 센터는 자치단체가 지원해주는 운영비가 부족해 외부 지원사업에 눈을 돌리느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돌봄을 받고, 커서는 돌봄을 제공하고, 늙어서는 다시 돌봄을 받아야 한다. 인생 자체가 돌봄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돌봄에 가치를 부여하는데 인색하다. 대개 여성과 노인에게 이를 떠맡기곤 한다. 사회서비스는 넓게 보면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 문화, 주거, 고용, 환경 등을 포괄한다. 좁게 보면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서비스를 총칭한다. 사회서비스는 곧 돌봄의 다른 이름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조상진 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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