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에서 나온 수익금 전액을, 후진이와 같이 열악한 조건의 선교 사제에게 보내고자 합니다.”
지난 4~8일 익산 W미술관에서는 지산(坁山) 이수현(노렌죠)(62) 신부의 첫 번째 개인전 ‘그 山에 머무르다’가 열렸다. 이수현 신부의 첫 개인전이지만, 해외 선교사를 돕기 위한 전시기도 하다.
개인전 수익금 전액을 해외 선교사를 위해 보내겠다는 이수현 신부의 말에 전시 개최 전부터 주목받았다. 작품 50여 점이 모두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현 신부의 훌륭한 작품에 주변에서는 개인전 열어 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열지 않았다. 이런 이수현 신부가 용기를 낸 것은 ‘친구’ 때문이다.
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 이후진 마티아가 있었다. 이후진 마티아는 외방선교회 소속 선교 신부. 이후진 마티아는 암에 걸리고, 국내에 들어와 치료받으라는 수도회 측의 권고에도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죽고 묻혀야 한다”는 말과 함께 2016년 필리핀 바기오라는 선교지에서 죽고, 그곳에 묻혔다. 이런 친구를 위해 이수현 신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일 미사’ 뿐이었다.
이수현 신부는 항상 이후진 마티아에게 큰 빚을 진 듯 편치 않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 열악한 조건의 선교 사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도움을 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미안했다. 친구를 위해 ‘기일 미사’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겨 그나마 홀가분해졌다. 이런 이유로 개인전을 열어 해외 선교사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 구입 외에도 따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수현 신부는 “그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해외 선교사를 도울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었다. 사실 작품이 다 팔릴까 걱정됐다. 다행히 전시회 하기도 전에 다 팔렸고, 구입하지 못한 분들도 동참했다. 부담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 줬다”며 “많은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해 준 것을 보고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느꼈다. 내 작품이 좋아서가 아닌 해외 선교사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함께 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개인전 개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또 기회가 된다면 지금처럼 좋은 명분으로, 좋은 뜻을 두고 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은 살면서 ‘나’ 이익을 위해 사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내가 희생하고 양보해서 누군가 기뻐하고 행복해한다면 내 기쁨과 행복보다도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 출신인 이수현 신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라북도 미술대전, 전국 온고을 미술대전, 전국 벽골제 미술대전 등 국내 각종 미술대전에서 좋은 성과를 이뤘다. 현재 한국신미술협회, 전주교구 가톨릭미술가회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한편 개인전 수익금 전액 모두 이후진 마티아가 소속돼 있던 외방 선교회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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