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수의사이기 때문에 다양한 동물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동물을 접하기 위해서는 동물원에 가야만 가능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분들은 얼마나 많은 동물원을 가보셨을까요? 국내에서? 또는 해외에서? 저는 해외에 가면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지역 동물원에 가서 어떤 동물들을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생각날 때마다 동물원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곤 합니다. 2022년에는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을 가보았습니다. 아이들도 동물 보는 것을 좋아하고, 직업상 동물을 보고 싶기도 해서, 벌써 2번 방문을 하였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동물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면, 동물원 전체 가이드 맵을 제공해 줍니다. 가이드 맵을 보면 여기 동물원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고, 어떤 동물들이 살고 있는지 한눈에 금방 할 수 있습니다. 토론토 동물원은 대륙별로 구별을 해서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정말 넒은 땅에 관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너무 넓어서 하루에 다 구경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 가다보니, 동물원 전체 가이드 맵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 약 15년 전에 토론토 동물원에 왔던 기억이 났습니다. 필자가 토론토에 유학을 왔던 그해, 토론토 동물원에서 큰 행사가 있었고, 저도 그 행사에 우연히 참석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사였냐면, 토론토 동물원 땅의 일부에 ‘한국 정원’이라는 지정한 곳에 스코필드 (한국이름: 석호필) 박사 동상을 세우기로 시작하는 세레모니 였습니다.
스코필드 박사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미생물학자이며, 선교사인 스포필드 박사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에 선교사로 오시면서, 본인의 전공분야인 미생물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가르쳤고, 이후 필자가 속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도 미생물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학문적으로 후학 양성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였고, 장학금도 만들어서 지원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때 장학금을 받은 사람 중 현재 가장 유명한 사람은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입니다. 이외에도 일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하여 화성의 제암리 학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자 역할도 하였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이렇게 대한민국의 독립과 후학 양성에 힘쓰신 스코필드 박사는 죽으면서 본인을 한국 땅에 묻어 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런 박사님의 숭고한 정신은 한국 정부에서도 그 공로로 인정하여, 국립헌충원에 외국인으로 유일하게 안장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찾은 2022년 토론토 동물원에는 그때 시작되었던 한국정원과 스코필드 박사 동상이 완성이 되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위험성과 방문했을 때의 추운 날씨 때문인지, 한국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매우 적었지만, 저는 아이들과 함께 가서, 스코필드 박사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직 초등학생이라 일제침략 및 만행을 겪은 대한 민국이 살아온 역사에 대해서 수업 시간에 배우지 않아서 일 것 같은데, 저의 설명보다는 그냥 ‘우와 토론토 동물원에 한국 정원이 있네?’ 하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이런 스코필드 박사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가 속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는 매년 추모행사와 스코필드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몇 년째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해외에 있어서 참석할 수 없었지만, 토론토 동물원의 한국 정원에서 스코필드 박사의 정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펜데믹 상황, 러시아 우크라나이 침공, 경제 불안정으로 어려운 사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스코필드 박사의 희생 정신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작은 울림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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