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넘게 이어진 생존을 위한 시위
양기대 광명시장의 진심 어린 설득에 대책위 협상 응해
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는 2013년 5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스웨덴 주한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케아 본사가 있는 스웨덴에 대책위의 강경한 입점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릴레이 1인 시위를 한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코스트코, 이케아 입점 저지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상복을 입고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했던 일이었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평생 살아가면서 남들은 하지 않는 별의별 일을 다 해봤던 거죠. 남대문 한복판에 소복을 입고 서 있는데 처음에는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어요.
1인 시위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한 사람이 40분씩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그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어요. 내가 정해진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버텨야겠다는 오기로 1시간 넘게 서 있었어요. 서 있는데 이렇게 해야만 하는 중소상인들의 처지가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가 나중에는 분노가 치밀었어요. 그래서 악에 받쳐서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었습니다.” -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안 이사장은 1인 시위를 끝내고 다른 사람이 1인 시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너무나 안쓰럽고 안타까워 눈물이 저절로 솟구쳤다고 말했다.
1인 시위의 힘일까. 앞서 대책위가 경기도의회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광명 KTX 역세권 이케아 입점에 따른 중소상인 생존권 관련 청원서’가 2013년 5월 16일 통과됐다. 그리고 2013년 6월 10일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2013년 6월 10일 경기도 건축심의위원회는 이케아 건축심의를 승인했다. 조건부 승인이었다. 경기도 건축심의위원회는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상생방안 등 37건의 조건을 붙여서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
이날 대책위는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축심의 통과를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한 6월 13일부터 광명시청 앞에서 이케아 입점을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 제발 들어오지 마세요. 우리는 지금도 너무 힘듭니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광명시청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번갈아 가며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릴레이 1인 시위는 11월 16일까지 4개월이 넘게 이어졌다.
김남현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복을 입고 시청 앞에 1인 시위하러 나갔는데 왜 그렇게 처량하던지. 비가 오는 날이 더 그랬습니다. 시위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이걸 꼭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오기가 생기는 겁니다. 내가 우리 조직의 수장이라는 책임감도 느껴지고.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 김남현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2013년 6월 17일 경기도는 광명시에 이케아 건축심의에 대한 사전승인 결과를 통보했다. 대책위는 6월 28일에 광명시청 앞에서 이케아 입점 저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상복을 입고 상여를 멘 채 가두행진을 했고, 관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2013년 7월 3일에는 이케아가 경기도 건축심의위원회에서 건축심의 승인을 하면서 걸었던 조건 37건에 대한 ‘건축 심의조건 조치계획서’를 광명시에 제출했다. 이제 광명시에서 건축허가를 승인하는 절차만 남았다. 광명시는 2013년 7월 22일 이케아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 조사 용역을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했다.
이케아는 경기도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이케아 건축허가가 조건부로 통과되면서 탄력을 받고 본격적으로 입점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 입점 반대만 외치던 대책위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로 했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을 비롯한 신세희 기업경제과장, 민문식 중소상인지원팀장의 진심이 빛을 발했다.
앞서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은 스웨덴 주한대사관 앞까지 동행해 대책위 관계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를 지켜봤다. 신세희 과장은 직접 시위에 참여할 수 없지만, 마음속으로 대책위를 응원하고 지지했다.
당시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은 대책위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의 집단행동을 할 때 안전사고를 가장 우려했다. 대책위가 집회하면서 시청사에 진입 시도를 할 때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나 경찰은 시 청사를 방호하는 입장이라 대책위의 청사 진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쪽이 극한 상황으로 대립하게 되면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하는데, 만일 그렇게 대립하게 되면 저나 민문식 팀장은 대체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 신세희 과장
신세희 과장의 말이다. 그래서 신세희 과장은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대책위 관계자들을 만나 물리적인 충돌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양쪽이 충돌하면 감정이 격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대책위 역시 물리적인 충돌로 광명시와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책위 관계자들은 집회 참여자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면서 될 수 있으면 평화적인 집회가 될 수 있게 유도했다.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의 진심이 담긴 끈질긴 설득은 평화적인 집회에 이어 협상을 가능하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상생협력 회의가 2013년 7월 26일, 광명시청에서 열렸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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