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선거의 계절이 또 그렇게 지났다. 인구절벽의 시대, 민선8기 지자체장들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 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도권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주체는 지방이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역량을 모아 중앙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대응하면서 지역의 활로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지방 위기의 시대, 지역발전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과 통합으로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청-지자체의 협치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역의 변화와 혁신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소멸이 지역사회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작은학교 살리기에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지역교육의 위기는 커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인구감소로 지역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학교의 소멸마저 당연시되는, 그야말로 출구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교육문제가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된 것은 교육의 문제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회 불평등과 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교육현안 해결에는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요구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학교방역과 긴급돌봄, 원격수업 지원 등의 분야에서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또 2025년 전면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교육기관과 지자체-대학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교육부에서도 지역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각종 공모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체계 구축을 기본요건으로 내걸고 있다.
우선 전북교육청과 각 지자체가 체계적인 교육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협치시스템을 위해 각 기관이 참여하는 ‘전북 미래교육 협력 협약’(가칭)도 필요하다. 세부 협력사업으로는 먼저 교육부가 추진하는 ‘미래교육지구 공모’에 적극 대응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협력 모델을 개발·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 신도심 학교신설 민원과 맞물려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됐는데도, 그간 전북교육청이 대안조차 없이 제쳐놓은 ‘적정규모 학교 육성’, ‘원도심 작은학교’ 문제도 지역사회 공론화 절차를 통해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폐교시설을 지역사회 교육·체험·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와 생활SOC 연계 학교시설복합화사업도 추진해 볼 일이다.
사실 그동안에도 전북교육청은 지자체와의 협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예산·재정 문제를 놓고 지극히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소통에 그쳤을 뿐 교육주체를 중심에 둔 협업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서 전북교육을 둘러싼 불통의 벽은 더 단단해졌고, 각 지자체에서는 교육지원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해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10년 넘게 공동 추진해 온 ‘지역으뜸인재육성사업’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과의 협력체계를 외면한 지자체의 인재육성사업은 숱한 논란을 남겼다. 소수 우수학생 중심의 지원 사업은 형평성 문제를 불렀고, 공교육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 속에서 반쪽의 성과에 그쳐야했다. 그렇다고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이 같은 정책을 공교육을 폄훼하는 일방행정으로 치부해 무작정 등을 돌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환경 조성을 통한 지역 경쟁력 제고와 학력신장, 도·농 학력격차 해소라는 지자체 교육지원사업의 취지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래서 주민들도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공교육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면서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북형 교육협치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당선인이 ‘전북교육의 빗장을 열고 중앙정부, 지자체와의 소통과 협치로 활기찬 교육행정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새 교육감의 의지에 전북도와 각 시·군이 적극 호응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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