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가진 쪽이 양보해야...중소상인 편에서 협상진행"
광명시민 500여명 일자리 생겨...상생협약의 효과
KTX 광명역세권의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은 광명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병이었다.
이케아는 KTX 광명역세권 부지 78,198㎡를 토지 소유주인 LH공사로부터 매입, 건물 2개 동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개 동 부지를 광명시와 사전 논의 없이 KB자산운용주식회사에 매각했다. KB자산운용주식회사는 이 부지를 매입해 롯데쇼핑주식회사와 장기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이곳에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을 입점시킬 계획이었다.
이런 롯데쇼핑의 계획은 입점 수순을 밟기 전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12월 17일 이케아가 광명시에 건축허가 변경 신청을 하면서 관련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건축주가 이케아에서 이케아와 롯데쇼핑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롯데쇼핑은 이케아 부지에 대규모 의류점포 매장인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당시 7호선 전철역 광명사거리역 주변에는 60여개의 패션의류매장이 밀집해 ‘광명 패션문화의 거리’를 이루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소식이 전해지자 광명 패션문화의 거리에서 패션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패션문화의 거리와 가까운 영등포역이나 가산디지털단지에 다양한 형태로 입점한 아울렛과 패션복합몰 때문에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던 터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은 생존을 위협하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패션 의류 중소상인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2014년 1월 23일, 광명시의회를 방문해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중소상인 보호와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KTX 광명역세권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미래전략실을 찾아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유치를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때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업무를 담당하면서 상생협상을 중재했던 김선태 당시 광명시 미래전략실장의 말을 들어보자.
“롯데쇼핑이 직접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고 입점하려면 지역주민들의 엄청난 반대 때문에 입점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땅을 임대해 건물을 짓고 들어온다는 겁니다. 그러면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진출한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이 공식화되자 현황 파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김선태 미래전략실장, 신세희 지역경제과장 등 관련 부서 공무원들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을 방문했다. 코스트코와 이케아 입점 때와 마찬가지로 중소상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롯데프리미엄 아울렛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코스트코, 이케아 입점 등의 대형 유통기업 관련 업무는 기업경제과 담당으로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이 맡았으나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업무를 미래전략실로 배정했다.
업무 분담의 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도 있지만, 김선태 실장 때문이기도 했다. 김선태 실장은 공무원으로는 보기 드물게 배짱이 두둑하면서 뚝심 있게 업무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옳다고 판단하면 어느 누구 앞이라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인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김선태 실장이 중소상인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의 상생협상을 맡는다면 중소상인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김선태 실장은 중소상인-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상생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소상인 편에서 탁월한 협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생협상을 진행하면서 롯데쇼핑으로부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중소상인 편을 든다고 여러 번 항의를 받았습니다. 가장 절실한 건 중소상인들이죠. 그분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으면 생계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상생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든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내가 중소상인 편을 드는 건 당연하다, 많이 가진 쪽이 양보하는 게 맞다고 롯데 측에 말했습니다.”
김 실장은 이런 입장을 상생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그는 뚝심과 소신을 갖고 중소상인들과 롯데쇼핑 협상을 중재했다.
김선태 실장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장에게 협상 실권이 없다고 판단,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임원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여 관철시키기도 했다. 만일 김선태 실장이 없었다면 중소상인들은 롯데쇼핑과 상생협상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선태 실장은 말한다.
“롯데쇼핑과 협상을 중재하면서 저는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광명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중소상인들에게 유리하게 상생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소상인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상생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저는 평생 광명에서 살면서 원망을 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롯데쇼핑이 중소상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게 진짜 상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먹힌 거죠.”
양승조 광명 패션유통사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김선태 실장 때문에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에 맞선 광명 패션유통사업 협동조합에게 유리하게 협상이 진행됐다고 했다.
“김선태 실장이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상생협상을 이끌어낸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사실이거든요. 상생협약이 잘 지켜지는 것도 모두 광명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소상인들과 롯데쇼핑의 상생발전 협의는 6월 16일에 1차 협상이 진행됐으며, 2차는 8월 21일에, 3차는 9월 5일에, 4차는 9월 17일에 열렸다. 10월 31일에 열린 5차 회의에서 양쪽 의견이 최종 조율되면서 상생협상이 마무리됐다.
광명 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과 롯데쇼핑의 상생발전 협약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명 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과 롯데쇼핑의 상생발전 협약 주요 내용
1. 롯데쇼핑(주)는 광명시 패션유통산업의 균형발전과 상생협력을 위해 광명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 조합원이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에 입점, 영업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
2. 롯데쇼핑(주)는 광명시 일자리 창출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의 광명시민 우선 채용에 적극 노력한다.
3. 롯데쇼핑(주)는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에 광명전통시장과 상생하는 방안을 만드는데 노력하며,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참여 등 광명시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4. 롯데쇼핑(주)는 패션문화의 거리 활성화 및 지역경제 발전 등을 위한 광명시 지역 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
5. 롯데쇼핑(주)는 광명시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
롯데쇼핑은 상생협상이 마무리되자 광명시에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 신청을 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상생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검토하는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가 남았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13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다. 1차 회의에서 롯데 아울렛 입점은 의류판매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소상공인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광명시 관내의 중소상인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할 것과 상생협약 내용을 패션문화의 거리 의류판매점에만 맞추지 말고 광명시 구도심 상권 활성화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차 회의에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검토가 순조롭게 끝났다. 이로써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입점과 관련된 모든 상생협상이 끝나면서 롯데쇼핑과 패션유통 중소상인들의 갈등은 매듭이 풀렸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 입점에 따른 상권영향평가서 주요 내용
* 롯데마트 미입점으로 광명시 전통시장에 영향은 크지 않겠으나, 약 6.7km 떨어진 패션문화의 거리 상권에 일부 영향이 예상되지만, 지역 협력 사업 계획의 성실한 준수로 지역 주민, 지역 내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제1상권인 소하동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대화된 집객시설이 부족하여 서울 서남권이나 안양 등의 인근 도시로 소비 유출이 일어나고 있으며,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 입점은 외부 유출을 막고 인근 도시 주민의 유입으로 이어져 광명 KTX 역세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역 경제 규모를 확대시켜 지역 내 중소 상인들의 매출 향상 및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기존 상권은 슈퍼마켓 등의 소매점, 생활용품 등의 기본 의식주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반면, 롯데 아울렛 광명점은 의류용품 구매, 아동 놀이시설 이용, 시네마 관람 등으로 동선이 이어져 쇼핑, 문화 향유와 즐거움의 요소가 복합된 공간을 활보하는 욕구 충족을 가능케 할 것이다. 여기에 기존 사업자인 코스트코, 이케아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분석된다.
* 롯데 아울렛 광명점은 지역 경제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지역경제 선순환을 유도할 것임.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지역민과 함께 하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다시 지역으로 환원시켜 광명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패션유통사업협동조합과 롯데의 상생협약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개점을 일주일 앞둔 2014년 11월 27일에 이루어졌다. 2014년 12월 5일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 개점되었다. 이로 인해 광명시민 500여 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이 역시 상생협약의 효과였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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