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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22 시민기자가 뛴다]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인간에게 죽을 권리(right to die)가 있을까. 생명의 주체인 인간이 죽음의 시기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죽을 권리는 점차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용어가 웰다잉, 호스피스 완화(또는 연명)의료, 안락사, 자연사, 존엄사 등이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조력존엄사를 인정하자는 법률안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를 정리하면 죽을 권리는 연명의료 중단 → 의사조력사(자살) → 자발적 안락사 등의 3단계로 진행되며 우리나라는 이 중 2단계 문턱에 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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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죽을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인간이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즉 죽을 권리는 자살의 권리, 연명치료 거부의 권리,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권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문재완, 2020).

첫째, 자살의 권리다. 자살은 서구에서 일찍부터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내릴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해 훌륭한 죽음으로 간주했다. 그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조력자살과 안락사를 사회적으로 용인된 평범한 행위로 본 것이다. 그러던 것이 기독교의 영향이 커지면서 자살을 살인과 마찬가지로 죄악시했다. 다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들어 자살은 전적으로 개인 자유의 문제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종결할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향유하는 권리라는 것이다.

둘째, 연명의료(치료) 거부의 권리다. 흔히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라 불린다. 여기서 연명치료는 의학적 관점에서 의료행위를 시행하더라도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행해지는 치료를 의미한다. 연명의료 결정법(제2조 4)은 더 구체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에 관한 논의는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에서 본격화되었다. 당시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소위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서 누워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이라며 병원 측에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법정소송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이 권리에 입각하여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한 환자의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제거를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2016년 제정되었고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셋째, 의사의 조력을 받아 죽을 권리다. 이는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는 자살의 한 유형이다.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 또는 의사조력사(physician-assisted death)라 한다. 의사가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정보와 도구를 제공하고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의사는 도움을 줄뿐이기 때문에 형법 제 252조의 제2항 자살방조죄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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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발의한 일명 조력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은 현행법이 임종과정만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임종과정에 있지 않는 환자라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 이를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되었다.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의 경우  본인이 희망하면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삶을 스스로 종결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이 법률안에서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보거복지부 소속의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에 결정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상자 결정일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후 본인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한해 이행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의사조력을 통한 자살’이라는 용어를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켰을 뿐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것을 합법화한 것으로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행법은 호스피스 돌봄 이용이 암 등 일부 질환에만 국한되고 이 조차도 21.3%에 그쳐 존엄한 죽을 위해서는 존엄한 돌봄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70대 회원들로 구성된 ‘노년 유니온· 내 생애 마지막 기부클럽’은 한발 더 나아가 안락사법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증가하는 연명치료 거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 합법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까. 이에 대해 지난해 3~4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호영 교수팀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매우 동의한다’ 61.9%, ‘동의한다’ 14.4% 등 찬성률이 76.3%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6년 50%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의사조력자살 혹은 직접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는 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스페인·룩셈부르크·캐나다·미국(10개 주)·호주·뉴질랜드·콜롬비아 등 10개국에 이른다.

존엄사법에 따르면 19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등록기관을 찾아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등록기관은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 지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전국 567개소가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새롭게 노인복지관이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전북의 경우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대자인병원, 전주병원, 고려병원 등 19곳이다. 이 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요청에 의해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종합병원 등 328개 의료기관이 지정돼 있다. 

2022년 6월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34만 8199명에 이른다. 등록 첫해인 2018년 말 8만 6691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9.0%로 남성 31%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연명의료계획서는 9만 1673명이 작성했다. 전북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전국의 6.0%인 8만 891명,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3.0%인 2750명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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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전 전주시 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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